권위(authority)의 죽음
권위(authority)의 죽음
  • 독서신문
  • 승인 2014.06.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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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산책'
▲ 황새미 특파원

[독서신문] 18세기 초기 소설가들은 사물에 대한 묘사(detail)를 확실하고 또렷하게 표현하는 것이 소설이라 생각했다. 소설을 접하는 방식도 서술 방식이나 구조보다 내용의 흐름에 대한 문제나 작가에 대한 사상, 생애를 통해 소설이 전해주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는 작가가 소설을 써서 독자 앞에 던져주면 독자는 그 소설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확고하게 고정된 것으로 신과 같이 군림하는 작가 권위 앞에 독자는 수동적으로 따라가면 되었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시대와 함께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한다. 포스트모더니즘에 의한 사유는 다양성( diversity), 다원성(plurality),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요구한다. 모더니즘이 문학 본질과 현실(reality) 반영 문제에 권위적이고 신고전주의적이었음에 반해,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떠한 '중심'도 인정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문학이며 예술이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에서는 소설가도 작품 속 등장인물이 되고 서술자가 되며 그 자신도 결말을 알지 못하는 구경꾼이 된다. 이는 작가가 창조자 위엄(권위, 의지)을 버리게 됐다는 의미이다. 권위적인 저자의 죽음이다.

월드컵 시즌이 한창이다. 문득 2002년 월드컵 응원이 생각났다. '붉은 악마'의 붉은 옷과 함성은 놀라움 그 자체였으며 충격을 주었다. 아마 세계인 모두가 비슷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운데이션 코스를 밟던 중 영국 친구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자 케이팝을 소개했다. 처음에는 신선함에 좋은 반응을 보였으나 그룹을 이루어 진행하는 방식에 심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한국의 칼 군무도 신기해 하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이유는 '개개인의 개성이 없고, 안무나 의상 등에서 획일화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자신들 방식은 서로 개성이 다르지만 이해하고 실행하는 '어울림'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세계최고 IT국가답게 카오스적 해체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회로 흐물흐물한 것이 견고한 것을 녹여가는 사회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혼돈인 것 같지만 질서 있듯이, 일사불란한 질서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카오스적 혼돈이 있는 역동적인 우리 내면과 사회에 대한 오해이다.

역동적인 내면과 사회라고 하지만 상대방의 개성을 존중해주고 단점을 장점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나와 우리와 다르다고 하여 차별하는 모습 또한 사라져야 한다. SNS 사회는 격실이 없는 사회이다. 다양성, 다원성, 상호작용성을 가지고 서로 다르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회에 서 보고 싶다.

/ 런던(영국) = 황새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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