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기자의 '공연의 취향' _ (8) 아이돌스타의 후광보다 주옥같은 넘버의 도움을 받은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김소희 기자의 '공연의 취향' _ (8) 아이돌스타의 후광보다 주옥같은 넘버의 도움을 받은 뮤지컬 <싱잉인더레인>
  • 김소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6.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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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희 칼럼니스트
뮤지컬계가 큰 시름에 빠졌다. 제작사 뮤지컬 해븐은 올 8월 공연예정이던 <키다리 아저씨>와 <스위니 토드> 공연을 취소했다. 일부 캐스팅이 진행된 상태였지만 회사의 경영 악화 탓에 결국 공연 취소를 했다. 또한 작품의 적임자를 찾지 못해 생긴 캐스팅 과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작품이 올 여름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캐스트 절반이 아이돌스타로 꾸려진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이다.

유명 영화배우 '돈 락우드' 역에 트랙스 제이, 슈퍼주니어 규현, 엑소 백현이, 배우를 꿈꾸는 아름답고 재능 있는 여인 '캐시 샐든' 역에 방진의, 최수진, 그리고 소녀시대 써니가, 당대 최고의 여배우 '리나 라몬트' 역에 백주희와 천상지희 선데이가 캐스팅되었다.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에 대한 편견으로 요리조리 캐스팅 선택을 피해가려고 해도 어느 날이던지 아이돌 스타들은 무대 위에 오른다.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으려면 이들은 적어도 무대 위에서 만큼은 아이돌이 아닌 뮤지컬 배우로서의 면모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배우 지망생 역의 캐시 샐든은 말한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요." 출연하는 주연급 스타들이 새겨들었으면 하는 대사였다.

뮤지컬은 단 몇 명의 주연들만이 이끌어가는 무대가 아니다. 그들을 뒷받침해주는 멋진 앙상블과 함께 노력의 결실이 맺어질 때 보다 멋진 무대가 완성된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이돌 스타들이 연습을 게을리 해 뮤지컬 팬들의 비난을 받게 되면 그것은 곧 작품에게로 비난의 화살이 돌아간다. 어느 배우나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그 순간은 소중하다. 책임감이라는 짐을 지닌 아이돌 스타들이 무대 위에서 더욱 더 혼신의 힘을 다해줬으면 한다.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은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동명의 영화 <Singin' In The Rain>이 뮤지컬화된 작품이다.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대가 배경인 본 공연은 당대 최고의 영화배우 돈 락우드가 인기 여배우 리나 라몬트의 형편없는 목소리 연기 때문에 영화를 망치게 된다. 이에 그의 친구인 코모스 브라운과 뮤지컬을 만들게 되면서 배우 지망생 캐시 샐든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들리지 않는 영화로 시작되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들리는 영화가 되기까지. 이런 스토리 라인을 보며 참 쉽게 접하던 영화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편하게 받아들였던 그 모든 장치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사랑, 꿈, 댄스, 여름비, 계절을 타고 우리 곁에 다가온 모든 장치들이 낭만적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어느 작품에서나 등장할 법한 뻔한 이야기지만 빠져서는 안되는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가 싱그러운 미소를 짓게 한다.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가 모든 근심, 걱정, 불안들을 이 시원한 빗속에 모두 씻어내라는 메시지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한편의 뮤직 드라마 같았다. 몇 년 새 무대의 화려한 영상미과 특수효과는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싱잉인더레인>에는 엄청난 양의 비가 거세게 내린다. 객석 5열까지, 가히 위험지대다. 마치 눈앞에 관객이 없는 것처럼 빗물을 발길질하는 배우들이 얄밉기까지 했다. 감각적인 탭댄스가 극을 이끌고, 'Singin' in the Rain'과 'Good Morning'이 '주옥같은 넘버'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공연이 끝나도 노랫말을 흥얼거리게 만든다. 허나 다음 번 재연 때는 이 두 곡을 능가하는 곡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곡도 좋지만 작품의 특색이 드러나는 새로운 넘버를 듣고 싶었다.
곧 다가올 휴가철, 마땅한 휴가 계획이 없다면 충무아트홀 1열에서 5열을 추천한다. 후덥지근한 무더운 장마철에 공연장을 찾는다면 후회 없는 선택일 것이다. I'm singing in the rain Just singing in the rain~♪ 단, 커튼콜까지 방심은 금물!

■ 글쓴이 김소희는?
'씨즈온' 문화 전문기자다. 공연을 보고 글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 끊임 없이 자극 받고 감동하며 환호한다. 재미있는 공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daye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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