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노을빛 언저리에서
해질녘 노을빛 언저리에서
  • 천상국
  • 승인 2007.10.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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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국
                
지나온 수많은 세월을 나만의 채색으로 지면에 남기고 싶어 좁은 공간, 검정색 의자 위에 무거운 몸 을 언 져다.

하찮은 푸념스러운 넋두리 글 이래도 계념치 않겠다. 

진솔한 마음을 기반으로 마치 한올 한올 엮어 아름다운 천 이 만들어 지듯이 이 생각 저 생각을 가느다란 선 위에 옮겨 보고 싶었다. 이제나 저 제나 언제쯤이면 여유가 있을까 기다려는 데 소슬한 바람이 피부에 닿을 무렵 용기를 내어 머릿속을 정리, 드러내기로 했다.     

남을 의식 하면서 살아가는 곡학아세 지식인을 경멸하며 화려한 겉치레에 정신 빠진 촌부들을 혐오 한다.  

남이 인정 하든 수용 하지 않던 가슴에 담겨진 이야기를 표현 하지 못하는 가슴앓이는 지독한 고통임에는 분명하다.  지나친 자기 프레임에 옴짝 달짝 못하고 자기도취에 취해 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사고에 몰입 하면서 경거망동 하는 사람 역시 가까이 하지 않겠다. 풍부한 언변력을 갖춘 단내 나는 입을 달지 못한 대신 글로써 침묵은 비열한 배신의 일종임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하고자 하는 일과 뜻을 저버린 다는 것은 지명의 나이를 넘어 일몰로 접어든 조글조글한 피부 색깔을 더욱더 퇴색시킬 뿐이며 늙어가는 소리에 가속도를 안겨주는 꼴 일 것이다.  내 젊음의 노트는 빈 노트였다. 그 허전한 공간을 채우기 위해 중년의 세월을 억척스럽게 보냈다. 하지만  잃어버린 청춘, 시간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을뿐더러 자꾸자꾸 멀어져만 갔다. 시간의 흐름에 거부반응 없이 자연의 부름에 철저히 순종 하면서 여기까지 별 생각 없이 단편적인 장면을 이어오고 있다.  마치 벽시계 시계추 도식적인 흔들림을 연상케 하는 축 늘어진 팔 언저리 근육을 찰랑찰랑 흔들어 보면서 이미 이 만큼 변모 해 버린 몸 이곳저곳을 두 손으로 찬찬히 두들겨 보았다. 들려오는 소리는 투박한 장작 패는 소리였다. 탄력과 담 싼지 오래며, 그 나마 붙어있는 흉측한 근육살 마져 세월의 허무함을 상징 하는 견장쯤으로 보였다.    

새벽녘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해질녘 노을빛 붉게 물든 천연의 빛을 무심코 바라보고 있는 나는 정녕 늙음의 언저리에 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누구나 늙음이 오고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하찮은 미물도 생과 사의 범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대문 밖이 저승 이라는 속담에 서리 내린 머리칼을 쭈뼛쭈뼛 세우면서 뒤통수를 긁적긁적 만져보았다. 그건 단지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고 기억의 흔적, 족적이 너무 옹색해서 겸연쩍한 행위였다.  내 몸에 탄력 없음을 속앓이 하지 말고, 꺼져만 가는 작은 불씨를 애타게 청승맞게 바라만 볼게 아니라 주어진 생명 명대로 살다가 명대로 마감함이 자연의 순리요 순명이라 여기고 초가을 살가운 바람과 함께 하얀색, 핑크색, 연한보라색 코스모스 피어있는 한강변 광나루흙길에서 폭신폭신한 쾌감을 마음껏 느껴보리라!   높아진 청명한 가을, 창공에 작은 꿈 이나마 띄어보리라! 난 아직 살고 있으며, 저 멀리 언덕 넘어 보이지 않는 그곳을 난 반기지 않으리라, 수많은 군중 속 한 가운데 쓰러진 고목처럼 힘없이 서성거리는 나 일지언정, 고독으로 자리매김한 나약한 삶을 난 기꺼이 거부 하리라…….

중국 고사에 사지(死地)의 계(計) 라는 이야기가 있다. 쥐 도 궁지에 몰리면 이판사판 고양이를 물어뜯는다는 의미이다. 인간 역시 궁 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 한다(궁즉변, 변즉통) 매사를 절박한 심정으로 대 하다보면 세상일 소통 하지 못할 것 이 없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세태 속에 어둠의 공복 들이 저질러놓은 혹세무민 굿판에 연민과 조소를 보내며 모순 속 통일 이라는 문구로 이해하고 싶다.

어울러 살아간다는 것, 남자와 여자, 행복과 불행, 이익과 손해, 있음과 없음..., 서로 다름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 살아감 일 것이다. 조화를 만듦 에는 극복도 될 수 있고 철저한 자기의 역할 실현도 있을 수 있다. 나는 후자를 선택 하고 있으며 때론 대화와 설득으로 극복 해 나간다.

생존경쟁에서 저 만치 물러서있는 퇴물로만 취급 받기보다는 아직까지는 창조물로 인정받고 싶을 뿐이다. 주어진 시간은 어느 누구에게나 똑 같으며 과거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시간을 꽉 잡아 둘 수 있는 마력의 힘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지금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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