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 김소희 기자의 '공연의 취향' _ (7) 여신님을 아끼고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전하고픈 이야기,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문화 칼럼] 김소희 기자의 '공연의 취향' _ (7) 여신님을 아끼고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전하고픈 이야기,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 김소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6.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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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희 칼럼니스트
'살짝 미치면 세상이 즐겁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6·25 전쟁을 배경으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남과 북의 군인들이 100일간 함께 생활하며 진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힘내"라고 격려하며 지치고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항상 불안해하고 무언가에 쫒기듯 살던 '류순호'도 가상의 여신님 때문에 마음의 안정을 찾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무인도에서 탈출해야 하는 목적이 같았던 여섯 명의 군인들은 배를 수리할 수 있는 단 한명, 순호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가상의 신, 여신님을 만들어낸다. 서로 미친 척 보이지 않는 여신님을 상상하며 축제 분위기에 동화된다. 그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규칙들이 만들어졌고 보람찬 일상을 보내게 된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했던 그들도 살짝 미쳐 행복해진 셈이다.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을 곳에서 무엇에 희망을 걸고 살았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이야기. 무려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무인도에 갇혀 있던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수리하면 탈출할 수 있는 배가 아닌 여신님이었다. 눈에 보이고, 잡히는 것보다 마음 깊숙한 곳의 위안이 되는 여신님의 존재는, 그 힘은 신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공연은 '어린이들만 어르고 달래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어른이야말로 끊임없이 어르고 달래며 곁에서 사라지지 않는 힘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순호는 "있다고 치면 기운 난다"며 보이지 않는 여신님을 믿고, 또 믿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었다. 비단 일상적인 헤어짐일수도 있지만 전쟁 통에 헤어진 그들을 보며 6·25의 비극이 포개졌다. 잠시 함께할 순 있었지만 영원히 함께할 수 없었던 그들의 청춘, 그리고 관객들의 환상에 맡긴 남과 북의 화합에 대한 열린 결말. 전쟁 통에 피어난 우정, 불가능해 보여서 더 애틋했고, 지속될 수 없어 안타까웠던 그들…. "다시 만나지 말자"가 서로가 살아있다는 메시지가 되었던 시대. 7월 말까지 공연되는 <여신님>이 조금 더 묵직한 사명감을 갖고 공연에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년 우연히 관람하게 된 <여신님>은 아담한 소극장에서 풋풋한 출발을 했었는데, 초연 당시만 하더라도 큰 홍보가 없던 공연이라 큰 기대가 없었다. 지쳐있던 마음에 단비를 내려주는 것 같았고 자극적이지 않고 순박한 동화 그 자체였다. 그런데 <여신님>에게서 느껴졌던 싱그러움이 사라졌다. 더 큰 무대로 가기 위한 전초전을 치르기라도 하는 듯, 여신님은 좀 더 커진 무대, 다소 비싸진 티켓 값으로 자신감 가득 돌아왔다. 바라건데 처음 그 연출, 감성을 다시 찾아 처음 만났던 소극장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두 시간의 공연 관람 후 처음 든 생각은 '굳이 이렇게 스케일을 키운 이유가 뭘까' 하는 의문이었다. 제작사의 욕심이라 하기엔 배우들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 창작뮤지컬이 기세등등해지는 건 응원할 일이지만. <여신님>을 아끼는 한 관객으로서 왠지 모르게 드는 씁쓸함을 쉬이 떨쳐낼 수 없었다. 공연은 모든 관객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없다. 하지만 화려한 수상경력, 단번에 받은 스포트라이트가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아직도 축제 분위기에서 꺼내오지 못한 듯하다. 물론, 이번 재연을 통해 여신님을 처음 접한 관객은 초연과 비교를 할 수 없을 테니 만족감이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재연이 무엇인가. 초연을 완전히 뒤엎어 돌아오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초연의 장점은 살리되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그렇게 좀 더 완성도 있게 공연을 가득 채웠어야 했다.

초연 땐 배와 무인도가 아담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재연은 무대 규모가 커져 방대한 느낌이 느껴졌다. 하지만 분명 무대는 커졌는데 제 기능을 못했다. 무대 곳곳의 공백에 눈이 가 시선처리가 흩어졌다. 무대 위로 배가 올라오면서 환상의 장치 하나가 사라졌다. 눈앞에 크게 자리하지 않았던 배가 찾기 쉽게 보이니 무인도에 갇힌 그들의 절박함이 잘 와닿지 않았다고 할까? 무대가 커진 만큼 정적인 무대를 장면마다 이동할 순 없었을까. 감출 땐 감추고 다시 나타나야 할 때 보여주는. 공연은 새로 만난 무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했어야 했다. 극 전환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의 기능을 다른 무언가가 채워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무대 위가 무인도인지, 배 안인지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것 같다. 

사실 2층에서 관람한 터라 배우들의 동선과 전체적인 무대를 느끼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시선 처리 덕분에 큰 소외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여신님'을 상상하던 배우들의 시선은 줄곧 위를 향했는데, 괜스레 두근거렸다. 여섯 명의 멋진 청춘들의 '여신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러 번 나를 설레게 했으니 그대들의 단점은 이제 그만 이야기 하는 걸로!

■ 글쓴이 김소희는?
'씨즈온' 문화 전문기자다. 공연을 보고 글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 끊임없이 자극받고 감동하며 환호한다. 재미있는 공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daye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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