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9) 위대함 그리고 거대함
[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9) 위대함 그리고 거대함
  • 김은혜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6.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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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혜 칼럼니스트
오늘 잠이 들면 내일은 눈을 뜰 수 있을까? 내일이 되면 몸의 어디가 움직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스물다섯 해를 살아온 이가 있다. 희귀병인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김영관씨다. 그는 훗날 대법관을 꿈꾼다.

세상을 향해 첫 걸음마를 뗄 즈음 몸은 점점 굳어져 갔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전신마비로 누운 채 생활해야만 했다. 어느새 밥 먹을 수 있었던 손마저 움직일 수 없었다. 책상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것이 그에겐 호사스러운 일이다. 축구를 하는 친구는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 곁엔 책이 있었다. 독서는 참다운 친구였다.

그는 공부를 눈으로 한다. 다른 학생은 한 두 시간이면 가능할 분량도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는 해가 뜨기 전 여명의 시간부터 자정 너머 새벽까지 책과 씨름한다. 마침내 그는 2009년 카이스트, 연세대, 서강대 3곳에 합격했다.
  
그에겐 하루하루가 기적이다. 매순간 새로운 두려움과 새로운 장벽을 만나지만 피하지 않는다. 그는 어려움에 지지 않고, 한계를 극복했다. 그는 서강대 법대에서 꿈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는 홍명보호의 '베테랑' 곽태휘(알샤밥·33)가 있다. 그가 태극마크를 달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대부분의 축구선수는 초·중학교 때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1학년, 17세에 축구에 입문했다. 늦은 나이와 평발이라는 신체적 악조건으로 시작부터 어려웠다. 1년 후 더 큰 불행이 찾아왔다.

훈련 도중 왼쪽 눈의 시력을 잃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장애를 딛고, 2010 남아공 월드컵 국가대표가 되었다.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은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릎 부상으로 불발되고 만다. 또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이젠 그는 불운한 선수가 아니다. 불굴의 의지로 당당히 꿈의 무대를 밟는 선수다.

'Good is the Enemy of Great.' 좋은 것(good)은 거대하고 위대한 것(great)의 적이다. 거대하고 위대해지는 것이 드문 이유는 바로 좋은 것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좋은 삶에 만족한다. 따라서 위대한 삶을 사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김영관씨와 곽태휘 선수는 위대한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좋은 것에 머물지 않고, 위대하고 거대한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필자는 매 학기 첫 수업에 영화 <소울 서퍼(Soul Surfer)>를 들고 간다. 영화를 통해 학생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좌절을 이기는 힘, 시련을 기회로 바꾸는 힘을 전해주려고 한다.

<소울 서퍼>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베서니 해밀턴(Bethany Hamilton, 미국)은 걸음마보다 서핑을 더 먼저 배웠다. 그녀는 프로서퍼를 꿈꾼다. 꿈을 향해 나아가던 중 상어의 공격으로 한 쪽 팔을 잃는다. 통상적으로 균형이 생명인 서퍼에게 팔을 잃는 것은 수영 선수에게 한쪽 다리가 없는 것과 같다.

외팔 프로서퍼의 꿈은 사라져만 갔다. 외팔로는 강한 파도와 맞설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놓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정 원하는 꿈을 가슴에 새기고 다시 도전한다.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뒤따랐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은 오히려 그녀를 성장하게 했다. 강한 의지와 노력은 그녀를 위대하고 거대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서퍼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윈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i, 1874~1965)이 옥스퍼드대학 졸업식에서 연설을 했다. 그는 영국 수상이었고,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학생은 세련된 언어로 장황한 연설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Never, Never, Never Give up"이라는 짧은 연설만 했다. 지금까지 졸업식 명연설로 전해지는 일화다.

살아가기 위해 꿈을 가져야 한다. 그 앞을 가로막는 험난한 장벽이 있어도 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겨내야 한다. 이것이 진정 위대하고 거대한 것이다.

■ 글쓴이 김은혜는?
고려대학교 강사다. 영문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서 스포츠를 접목했다. 수영, 스키, 스킨스쿠버, 볼링, 댄스 등 다양한 스포츠 자격증을 갖고 있는 여성 스포츠학자다. 주 연구 분야는 스포츠 매너와 미래체육이다. 또 교육과정 방향 탐색에도 관심이 많다. 대전대, 서울여대, 충남대, 한밭대 등에도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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