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도 야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야만의 시대에 살고 있다
  • 독서신문
  • 승인 2014.06.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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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산정(秋日山情)'

[독서신문]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당혹해하고 있다. 총체적인 시폐(時弊, 못된 폐단과 그 시대의 폐습)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설산의 고봉을 등반하다보면 발아래 크레바스가 입을 벌리고 있다. 크레바스가 나타나면 안전과 과정을 중요시한 집단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충분하게 휴식을 취한 다음 크레바스를 우회하여 목표를 향해 산을 오른다. 하지만 안전과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주의에 빠져 있는 집단은 정복이라는 무모한 신념을 앞세워 크레바스를 뛰어넘다 귀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모험을 한다. 후자가 우리 모습일 것이다.

관광을 위해 이동하면서도 과정은 생략된다. 과정에 있는 풍광은 사라지고 졸거나 술에 취해 달리는 버스 속에서 위험천만한 뛰기만 피나게 열심히 하다가 점만 찍고 돌아오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세월호도 이와 같이 결과를 중요시한 무모함이 낳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참사이다.

모든 결과는 과정이 있기에 만들어지는 결정체로 한 점이다. 과정은 한 점에 이르기 위한 완만한 곡선이요 은근한 기다림이다. 이를 무시하고 하면 된다는 무모함으로 선뜻 나서 한 점으로 뛰어가려는 결과주의는 언제나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는 것을 세월호는 보여주었다.

소득 2만 달러를 넘은 선진국이 되었다고 취해있지만 아직 버리지 못한 버릇은 결과를 얻기 위해 너무 서두른다는 것이다. 빠른 택배를 원하고, 밥도 빨리 먹어야 하고, 공부도 빨리 빨리해야 하며, 스마트폰도 빨리 터져야하고, SNS 소통도 빨라야 한다. 우리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안 된다. 내일로 미루면 무능력자로 낙인찍히고 말기 때문이다.

上智明於未然 制治于未亂 保邦于未危(상지명어미연 제치우미란 보방우미위)/ 中智覺於已然 知亂而圖治 識危而圖安(중지각어이연 지란이도치 식위이도안)/ 若夫見亂而不思治 見危而不求安 則智斯爲下矣(약부견란이불사치 견위이불구안 즉지사위하의)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상지 上智)은 참사가 아직 발생되지 않았음을(미연 未然) 분명하게 알고 있으므로 참사(난리 亂離)가 일어나기 전 미리 다스리고 나라가 위태롭기 전 미리 온전하게 보호하여 유지(보전 保全)하며,

평범한 슬기(중지 中智)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참사가 일어난 뒤 깨닫지만 이를 수습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도모 圖謀)하여 위태로움을 안전하게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하였습니다.

참사(난)가 일어났는데도 수습할 방법을(다스릴 것을) 찾지(생각하지) 않고 위태로움을 보고도 안전하게 지킬 방법과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는 미련하고 우악스러운(하지 下智) 사람이 될 것입니다. - 『율곡선생전서』

율곡 이이가 1582년 선조에게 진달한 폐단과 폐습에 대한 상소이다. 이 상소문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아직 우리사회가 상지를 갖지 못함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상지를 갖지 있지 않음을 참사를 처리하는 모습에서 분명히 보았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고양 버스터미널 화재, 장성 요양원 화재 등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치를 떨었다. 미련하고 우악스러운(하지 下智) 국가의 일처리에서 아직도 우리는 야만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확인 되었다. 다시 반복되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과정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 편집위원 검돌(儉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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