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토론문화
영국의 토론문화
  • 독서신문
  • 승인 2014.06.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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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새미 특파원

[독서신문] 한국의 담장문화는 폐쇄의식으로 상징된다. 담은 집 둘레나 공간을 흙·돌·벽돌 따위로 둘러막아 집 밖의 외부와 집안의 내부를 완벽하게 차단한다. 이 외부와 내부의 완벽한 차단을 이규태는 '외부=표, 내부=이, 즉 표리(表裏)의 이중구조'로 본다. 표와 이를 완벽하게 분리하려는 한국인의 사색구조 저변에는 수직구조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우리 문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수직구조 인간관계는 필연적으로 학연·지연·혈연 등이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표를 지배하는데서 문제가 발생된다. 때문에 '官피아(공무원+마피아)', '海피아(해양경찰)', '軍피아(군)', '稅피아(세무서)', '産피아(산업자원부)', '金피아(금융감독원)' 등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사(私)가 공(公)을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영국 집들은 내부와 외부를 차단하는 견고한 담을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이나 개가 쉽게 넘어다닐 수 있을 만큼 높지 않은 나무토막을 박아 놓은 것이 전부이다. 여기까지가 자신들의 땅임을 표지만 하고 있는 것이다. 집 안과 집 밖이 차단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수평구조의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이는 토론문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수평문화가 자리잡은 영국 사람들은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문제나 주제가 주어지면 토론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주제를 정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수평문화가 정착했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처음 접하는 과목 그룹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많이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전공 학생들은 익숙하게 잘 진행을 시키는데 비해 아직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낯선 환경과 생소한 전문용어 등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혼자만 뒤처지는 것 같아 상황에 맞지 않는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맞다'라며 우겼다. 하지만 그룹 리더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오래 걸려도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면서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하 수직관계에선 나올 수 없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들이 나온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목격하였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생이 잘 모른다고 하여 나무라지 않고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여 학생이 이해하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설명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이해시키는 모습은 우리와 다른 풍경이었다.

상호 소통하는 상호작용 토론문화의 긍정성은 적극적이며 창의적인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생산적인 사회발전의 동력이 된다는 것을 보고 배웠다. 상하관계 예의범절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생각과 관점의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런던(영국) = 황새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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