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에 대하여
인사(人事)에 대하여
  • 조석남 편집국장
  • 승인 2014.06.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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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조석남 편집국장] 바야흐로 인사(人事)의 계절이다. 세월호 참사,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개조’ 선언에 이은 정부와 청와대의 인적쇄신, 6ㆍ4 지방선거의 종료와 함께 시작된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새로운 조직 구성….

이번 정부와 청와대의 인사는 박근혜 정권의 남은 임기, 3년 반의 동력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참사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지, ‘적폐’ 척결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선거의 백미는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논공행상(論功行賞)’이라는 말도 생겼다. 선거에 기여한 업적에 따라 자리를 나누어 갖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6·4 지방선거 후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오는 7월 1일 취임을 앞두고 일제히 인수위원회(인수단)를 가동중인 가운데 일부 광역자치단체의 지방정부 연정(聯政)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과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이 야당과의 ‘협치(協治)’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선 연정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은 “사회통합부지사직에 야당 인사를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은 인수위원장에 6ㆍ4 지방선거 경쟁 상대였던 신구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확정지었다.

이에 대해 “또 하나의 ‘이미지 정치’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게 의심할 일만은 아니다. 두 사람은 여의도 정치인 시절부터 이른바 소장 개혁파 그룹의 일원으로서 당과 국가 권력의 분점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중앙정치든 지방정치든 어느 일방이 독점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세력 균형이 이뤄졌다.

이제 ‘포용(包容)’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이다. 앞으로 ‘포용’은 정치적 어젠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포용정책 뿐만 아니라 과거 군사정권의 명분과 지역감정 해결에도 적절하기 때문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큰 강과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엎드려 있기에 세상의 모든 냇물을 받아들이고 모은다’는 명언이 나온다. ‘큰 인물은 작은 민초들의 뜻이라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목민관에게 유일한 영웅은 국민이고, 국민이 최후의 승리자이며, 양심의 근원이다’는 뜻이 된다.

군주도, 단체장도, 조직의 리더도 최고의 덕목은 낮은 곳에서 모든 이를 너그럽게 감싸고 받아들이는 것이 될 것이다. 공직사회나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수많은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 정책을 결정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철칙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써야 할까. 주나라 태공망은 병서 『육도(六韜)』에서 “세상 사람들의 평판만 듣고 사람을 써선 안 된다. 그렇게 인물을 고르면 패거리가 많은 이들은 유리하고, 패거리가 적은 이들은 불리하다”고 말했다. 『육도』에선 또 써선 안 될 사람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지혜도 없고 계책도 없으면서 큰 소리 치는 사람, 평판과는 달리 실력이 없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 겉으론 욕심이 없는 체 하면서 사리를 추구하는 사람,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서 남을 비방하는 사람, 확고한 주관 없이 부화뇌동하는 사람’ 등이다.

‘사람을 쓰는 것을 보면 그 지도자의 능력을 알 수 있다’고도 했다. 출신지역에 따라 인재를 가려 쓰거나, 혹은 학교 선후배의 정에 끌려 쓰다보면 인재 발탁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적 인연으로 얽힌 조직을 놓고 역량 발휘를 기대하기란 쉽지가 않을 것이다.

중국 진(秦)나라의 ‘열린 인사 정책’의 사례는 인재등용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의미 있게 보여주고 있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데 최고의 공헌을 한 이사(李斯)는 「간축객사」라는 상소문에서 “높은 태산이긴 하지만 한 줌의 흙마저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높이를 보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진나라를 위해 몰려든 인재를 추방하지 말라”고 올린다. 상소문을 읽고 감명을 받은 진나라 왕은 타국에서 온 빈객을 내쫓으라는 명령을 거둬들였다. 미약했던 진나라가 전국시대 말기에 이르러 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방적인 인재 등용에 있었다.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고 훌륭한 인재를 받아들여 중용한 ‘열린 인사 정책’을 펼치자, 전국의 인재들이 진나라로 몰려들었고 결국 천하를 통일하는 바탕이 됐다.

최근 인사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포용의 미덕을 통해 대업을 이루라’는 『도덕경』의 경구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또한 취임을 앞둔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이 금언을 가슴속 깊이 새겨두었으면 한다. ‘목민관에게 유일한 영웅은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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