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혁명 당시 상하이의 서민을 다룬 '푸핑'
문화혁명 당시 상하이의 서민을 다룬 '푸핑'
  • 독서신문
  • 승인 2014.06.1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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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1960년대 상하이 여자 중학교의 모습은 어땠을까. 중국의 권위 있는 마오둔 문학상 수상작가인 왕안이의 작품 『푸핑』에서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도시의 어두움을 그려져 있다. 문화대혁명 직전인 1964년과 1965년 상하이에 온 처녀 푸핑과 주변 이야기를 통해 방황하는 서민들의 내면이 표현돼 있다. 번역은 중국 현대문학 권위자인 김은희 전북대 교수가 했다. 역자는 인간적이고, 통속적이고, 본질적인 삶에 대해 고민한 작가의 생각을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잘 풀어내고 있다. 당시의 한 장면을 보자.

“이쪽 울타리 아래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푸핑은 울타리에 등을 기댄 채 서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 도시의 비좁은 하늘 아래 층집들이 삐죽삐죽 솟아 있었다. 사방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창문에서는 그릇과 젓가락 부딪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때 갑자기 뒤에서 흑흑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푸핑은 몸을 돌려 울타리 틈새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어둠 속에 어렴풋이 그림자 하나가 보였는데, 울타리 밖의 동정을 느끼기라도 한 듯 소리가 잠잠해지더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웃집의 갓난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처량하고도 섬뜩한 느낌이 엄습해왔다. 푸핑은 울타리를 밀면서 가볍게 불렀다. 얘!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발걸음 소리가 바스락거리더니 멀어져갔다. 그 안에 있던 누군가가 가버린 것이었다.”-본문 97페이지 중-

묘사에서 보듯, 당시 상하이는 울타리 하나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도시, 울타리 하나를 두고 자신의 아픔을 공유할 수 없는 곳, 그리고 아무런 대답이 없는 곳이었다. 푸핑은 할머니와 주변 인물들을 보며 시종일간 관찰자로 지내지만, 주인집 딸 친구 타오쉐핑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소설은 푸핑이 시골 작은아버지 집에서 상하이 번화가로, 다시 외숙이 사는 상하이 변두리 로 잠시 옮겨가면서 전개된다. 그곳은 상하이지만, 시골 사투리가 익숙한 곳, 그물처럼 서로 연결된 판자촌이 있는 곳, 외숙이 계신 곳을 물으면 책임감 있게 다른 사람에게 인계해서라도 알려주는 곳이다. 같은 상하이지만 완전히 다른 변두리로의 푸핑의 내면이 이동하는 곳일 수도 있다. 이는 푸핑의 미래를 암시하는 극장 대목에서도 알 수 있다. 푸핑은 외숙모의 친척 광밍, 외사촌, 샤오쥔과 극장에 가는데, 표를 끊었지만, 조금 늦게 들어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한 채 앉아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자리를 찾아 끼어서 앉았지만, 오직 푸핑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갈 곳 잃은 현대인의 슬픈 눈망울이 보인다. 마음 둘 곳 업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간의 답답함이 보인다. 현실은 냉혹하다. 시골 처녀가 번화가 도회지에서 정착하는 게 쉽지 않다. ‘불안’이 잠재된 우리의 삶을 투영한 작품 중 하나가 이 소설이다.

/ 이상주 북 칼럼니스트 (letter3333@naver.com)
 

■ 푸핑
왕안이 지음 |김은희 번역| 어문학사 펴냄 | 384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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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0 17:35:06
전주비전대학교는 '2014년 대학 취업률 결과'에서 87.4%로 전국 139개 전문대학교 중 2위를 차지했다. 청년취업아카데미 3년 연속 선정되었다. 대기업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대기업반, 토익반, 해외연수 등 학생을 위해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두산, 삼성 등 현장실습은 물론 보건계열로는 연세의료원, 분당차병원, 전북대병원 등과 협약을 맺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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