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함께 숙인 고개
돈과 함께 숙인 고개
  • 김혜식
  • 승인 2007.10.0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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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니시 아키라의 『부자들의 나침반을 훔쳐라』를 읽고
 
▲ 김혜식(수필가)     ©독서신문
우린 세상 살며 헛걸음을 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 걸음이 헛걸음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에서 삶의 법도를 배울 수도 있었으니 득을 얻은 셈이랄까.
 얼마 전 평소 안면이 있는 어느 지인의 모친 8순 잔치엘 갔었다. 그것은 순전히 친분에 의해서가 아닌 체면치레로 갔던 것이다.
 그날 주최자의 사회적 높은 지위 탓인지 ‘내노라’ 하는 사람들로 호텔 안은 만원이었다. 그날따라 정장을 멋있게 갖춰 입은 그는 거드름을 한껏 피우며 그곳을 찾은 손님들한테 인사말을 하였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한층 과시라도 하듯 여러 인사들을 사람들 앞에서 일일이 호칭하기 시작했다.
 인사들이 얼마나 많이 왔던지 소개만 하는데 20여 분이 걸린 듯 하다. 바로 그때  몇몇의 평범한 주부들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 나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헌데 그녀들이 자리에 앉은 이후로 나를 비롯, 함께 갔던 지인 몇 명은 호칭 되지 못했다.
 우린 사회적 지위도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다. 헌데 식사 시간이 되자 그는 다시 호텔 안을 돌아다녔다.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나와 함께 간지인 몇 명이 앉아있는 자리엔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그의 불손한 태도를 우린 짐작하게 된 것이다.다소 늦게 행사장인 호텔에 들어섰을 때 입구에서 축의금 받는 곳도 없었다. 해서 우린 준비한 돈 봉투를 미처 그이한테 건네지 못했었다. 그게 바로 우리가 푸대접을 받게 된 원인이었다. 그에게 호칭된 주부 몇몇은 일찍 와 그에게 축의금을 미리 건넸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 말을 듣고 우린 왠지 입맛이 씁쓸했다. 그까짓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바쁜 시간 틈내어 찾아간 손님을 아는 체도 안하는 그의 태도가 불쾌했던 것이다.
 집에 돌아와 핸드백을 열어보니 하얀 봉투 안에 만 원 짜리 지폐 열장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는 우리를 푸대접 하므로 서 돈도 잃고 자신의 인격도 잃은 것이다.
 명심보감에 ‘그릇이 차면 넘치고 사람이 자만하면 이지러진다’고 했다. 겸손함과 당당함은 분명 다르다. 당당함은 자신이 남 앞에 섰을 때 추호도 거리낌이 없으면 절로 떳떳해진다. 헌데 우린 그런 사람을 “겸손하지 않다. 불손하다.”로 매도한다. 또한 남 앞에 내숭을 잘 떨고 아부를 잘하는 사람을 겸손으로 착각한다.
 겸손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자신을 낮출 때 쓰이는 말이다. 강자 앞에선 내숭을 떨고 약자 앞에선 이빨을 드러내는 것은 겸손함이 아니다. 그것은 간교가 아닐까.
 이런 사람은 돈이 찾아왔다가 재빨리 도망간다고 했다. 그게 왜 그럴까 궁금했었는데 일본의 우에니시 아키라 심리학자가 쓴 『부자들의 나침반을 훔쳐라』에 그 해답이 들어있었다.
 그는 ‘가난과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제목의 글에 잘 나갈 때 왜 오만함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설파했다. 저자는 이 책 제목 밑에 잘생기고 반듯한 나무가 먼저 잘린다고 했다. 하물며 떠벌리고 큰소리치며 사람 소중한 줄 모르는 사람은 온전하지 못하다고 했다. 때를 못 만났거나 실력이 없는데도 자만하다가 쓰러진 사람은 재기할 수 있으나 오만하고 거만한 사람은 한번 쓰러지면 다신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일이 일단 궤도에 오르고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자기 능력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자만심이 생기고 언행에도 그런 심리가 나타난다고 했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들로부터 기피 당하고 협력자의 원조가 끊겨 고립되기 때문에 더 한층 발전할 수 있는 기회까지 놓쳐 버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돈은 사람의 인격을 바꾸는 마력이 있다. 돈이 고개 숙여 들어올 때 돈과 함께 고개를 숙이라는 저자의 말이 참으로 가슴에 남는다. 부자가 되는 황금률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맘을 잘 써야 함을 새삼 깨닫는 내용이다.
 하여 옛말에 ‘부자가 될 생각 말고 맘을 잘 써라’ 이 말이 우연히 생긴 게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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