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8) 권위 있는 사람 vs 권위적인 사람
[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8) 권위 있는 사람 vs 권위적인 사람
  • 김은혜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6.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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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혜 칼럼니스트
권위와 리더십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회 현상이나 조직과 관련된 주요 단어가 권위(Authority)와 리더십(leadership)이다. 둘은 상황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같다. 권위는 사회적으로 또는 인간관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리더십은 집단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개인이 구성원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자질이나 통솔력이다. 권위나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실험은 어느 조직에서나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잘못된 권위도 심심찮다. 진짜 권위와 가짜 권위를 구분하지 못하는 병폐도 여전히 존재한다.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신세대에게도 이같은 악습이 나타난다. 뜸하지만 대학가의 '신입생 군기잡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계로 시선을 돌려본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모습을 통해 진짜 권위와 가짜 권위를 생각해본다. 10여 전 한 대학의 신입생과 선배들의 만남 장면이다.

선배들은 1년을 단단히 벼르고 별러 왔던 모양이다. "빨리 빨리, 동작 봐라." 선배들은 신입생들을 다그쳤다. 으름장을 놓는 선배들을 무서워한 신입생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동기사랑, 선배공경" 구호를 연신 외치며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열을 지어 오리걸음도 했다. 혹독한 얼차려 받기를 1시간30분. 괴로움이 극에 달했을 때 한 선배는 "선배는 하늘이다. 알겠나?"라고 물었다. 신입생들은 "네"라고 외쳤다. "앞으로 선배에게 깎듯이 대하고, 동기를 사랑해라. 오늘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 알겠나?" 신입생들은 울먹이며 일제히 "네"라고 했다.

선배는 교육이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한 듯, 낮은 목소리로 "좋다. 앞으로 지켜 보겠다"고 했다. 이어 술과 음식도 베풀고, 격려했다. 선배들은 신입생들에게 채찍과 당근을 적용한 것이다. 묘한 술수다. 신입생들은 웃고 있는 선배에게 감히 '아니오'라는 대답은 못하고 '네'라는 긍정어만 반복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술의 뒷맛은 씁쓸했다. 1년 전 선배들이 당한 수법이 대물림되었다. '주도권은 선배에게 있다'는 것을 명백히 말해주고 싶은 모양이다. 

선배들은 과연 진짜 권위가 있었을까. 아니다. 후배들이 인정하지 않는 권위적인 가면만 있었다. 권위는 정당한 또는 합법적인 의미에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권력이다. 권위주의는 정치적 용어로 비민주적이고 독재적인 정치체제를 의미하기도 하고, 사회적 용어로는 권위를 지나치게 내세우거나 존중하는 태도이다.

'권위적인'과 '권위 있는'은 다른 의미다. 권위 있는 사람은 주변에서 자발적으로 뜻을 따르게 한다. 구성원을 존중하여 그들로부터 존경받는다. 반면 권위적인 사람은 강압으로 자신을 따르게 한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0년대에는 카리스마형 감독이 대세였다. 스파르타식 훈련, 직설 화법을 사용한 강력한 리더십은 선수를 장악하기에 충분했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무조건적 복종보다는 '신뢰'와 '소통'이 대세가 되었다.

2007년 바닥권을 헤매던 SK 와이번스에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이 취임했다. 김 감독의 눈에 SK는 구심점이 너무도 부족했다.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은 하위권인 SK를 리그 최강팀으로 이끌어냈다. 그는 "핑계를 대는 사람은 패자다. 내가 선수를 잘못 내보낸 것이고 모든 패배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게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버릴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김성근 감독. 그는 선수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해를 바탕으로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팀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특출한 스타플레이어가 없었던 SK는 유기적인 야구를 통해 '지지 않는 강팀'이 되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는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Long Way to Freedom)』에서 리더를 '목동'으로 표현했다. '목동형' 리더는 언제나 조직 구성원들을 지킨다. 언제나 뒤에서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여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한다. 진정한 권위는 겸손한 자세로 대할 때 따라오는 것이다. 서있을 때 보다 허리를 숙일 때 더 거대해 보인다.

 

■ 글쓴이 김은혜는?
고려대학교 강사다. 영문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서 스포츠를 접목했다. 수영, 스키, 스킨스쿠버, 볼링, 댄스 등 다양한 스포츠 자격증을 갖고 있는 여성 스포츠학자다. 주 연구 분야는 스포츠 매너와 미래체육이다. 또 교육과정 방향 탐색에도 관심이 많다. 대전대, 서울여대, 충남대, 한밭대 등에도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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