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화에 점점 가까워지다… '빅 픽처'(더글라스 케네디 著)
소설, 영화에 점점 가까워지다… '빅 픽처'(더글라스 케네디 著)
  • 독서신문
  • 승인 2014.04.2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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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21>
▲ 더글라스 케네디와 그의 소설 『빅 픽처』 표지, 영화 <빅 픽처> 스틸컷(왼쪽부터)

[독서신문] 소설 『빅 픽처』는 분명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한 번 손에 집으면 멈출 줄 모르고 읽게 되는 몰입감, 이후 무슨 일이 생길지 너무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개를 바라보다 보면 절로 “와, 마치 영화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해외에서의 유명도 못지않게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손쉽게 진입하는 편인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은 그 짜임새와 극적 구성 때문에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소설들은 영화로도 많이 기획되는 편이다.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빅 픽처>는 프랑스에서 제작되었다. 왜 미국이 아니고 프랑스인지 상당히 의구심이 들었는데, 더글라스 케네디가 자신에게 들어온 수많은 시나리오들 중에서 “이 시나리오야말로 최상”이라고 했다고 하니 아마 미국 영화사들에서도 제안이 있었을 것이다.

 

국내에서 영화는 소규모로 개봉되었다. 감독은 에릭 라티고라(사진)는 사람인데, <레스 인피데레스>나 <우주행 티켓> 등 솔직히 잘 모르는 영화들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오해는 마시길. 필자가 잘 모른다는 뜻은 이 영화들이 별로라는 말이 아니다. 아무래도 할리우드 영화의 개봉 비중이 높은 만큼 라티고 감독의 영화들은 국내에 소개될 기회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필자도 접해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국내에서 기자나 평론가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지만 관람객들은 괜찮게 보았던 편인 것 같다. 그 이유로는 아무래도 소설을 미리 접했느냐 못 접했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소설을 접했을 확률이 높은 기자나 평론가들 입장에서 엔딩을 다르게 처리한 영화를 보면서 ‘원작의 변조’가 너무 심하다고 느꼈을 터이고 그만큼 소설에서 느낀 감동이 미진해 보였을 확률이 높다. 반면 소설을 접했을 비율이 낮은 관람객들 입장에서는 그런대로 이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사실 소설은 영화를 잘 살린 편이라는 생각이 일반인들에게는 더욱 강하다. 변해버린 엔딩은 작가가 동의한 부분이라고 하니 거기에 대해 무어라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적절한 음향과 아름다운 풍경들을 영화에서는 잘 살렸다는 지적이 많다.

▲ 영화 <빅 픽처> 포스터

매번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는 글을 쓰고 있지만 이번 글에서만큼은 소설과 영화의 수준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고 결론내리고 싶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왜 최근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은 원작의 질적 수준을 그리도 잘 따라가는 것일까?”

감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작가들을 모욕하는 게 아니기를 빌지만 솔직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점점 작가들이 자신의 글을 순수하게 ‘소설’로만 창작하기보다는 ‘영화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게 아닐까?”

이 말이 그리 빈말만도 아닌 것이, 지난해 선보인 한 국내 유명 작가의 소설에서도 명백히 영화화를 위해서 쓴 것만 같은 그런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잘 팔렸고, 영화사 몇 곳에서 경쟁을 벌였다는 얘기도 들은 바 있다.

과거의 작가들이 오로지 ‘문학예술’을 추구했다면 최근의 작가들(중 일부)의 작품들이 그보다는 더 가볍고 산뜻한 이유가 그런 것은 아닐까? 아, 여기서도 오해는 금물. 필자는 이런 최근의 소설 경향에 대해 폄하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경향이 좀 엿보이는 것 같더라는 생각에 불과하다. 여기에 대해 좋고 나쁨을 가리는 것은 개개인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물론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독자들의 수준이 점점 그 쪽으로 맞춰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소설은 보여지기 위해 쓰는 것이고, 출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독자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써서 성공할 작가는 없다.

/ 홍훈표 작가(exomu@naver.com)

■자유기고가 홍훈표
·연세대에서 경제학 전공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 집필
·지촌 이진순 선집 편찬요원
·철학우화집 『동그라미씨의 말풍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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