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 문화기획자 오현성의 '읽어내는 문화트렌드' _ <2> 넌버벌 콘텐츠로 대응하다
[문화 칼럼] 문화기획자 오현성의 '읽어내는 문화트렌드' _ <2> 넌버벌 콘텐츠로 대응하다
  • 오현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4.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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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성 칼럼니스트
'소치스럽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편파판정 시비에서 파생된 말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김연아'가 있었다. 편파판정에 대한 문제 제기는 국내 팬들에게만 해당된 것은 아니다. 해외 미디어의 심사공정성에 대한 비난과 서명운동까지 생겨날 정도로 관심 집중의 대상이 되었다. 단 몇 분의 무대가 세계를 공감시켰다. 무대를 압도하는 김연아의 실력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녀의 몸짓에는 언어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심오함이 깃들어 있다.

빙판 무대에서만의 경우는 아니다. 언어로 다 전달할 수 없는 이야기를 공연장에서 관객과 함께 공유한다. 바로 넌버벌 퍼포먼스 장르의 이야기이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공간적 거리는 무의미한 시대가 되었다. '공감'에 인종은 무관하다. '소통'에 거리는 좁아졌고, '표현'은 더욱 과감해졌다. 소통의 거리가 줄어든 만큼 문화의 공유 또한 더욱 가까워졌다.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먼저 가능성을 열어준 세계적인 성공작이 있다. 바로 국내를 대표하는 넌버벌 퍼포먼스인 <난타>이다.

1990년대 한류열풍으로 한국문화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중화권의 적극적인 진출은 드라마부터 음악까지 다양한 콘텐츠의 활발한 발전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중국진출로 사회경제 부작용이 나타났다. 특히 '반한류' 집단도 나타났다. 한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미디어 콘텐츠가 갑작스러운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더욱 큰 위기로 다가왔다. 이런 어려움 속에 <난타>의 등장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도전이었다.

<난타>의 성공이 있기 전, 비주류였던 '공연문화'는 걱정의 대상도 아닌 무관심의 측면일 뿐이었다. 하지만 언론과 정부의 저평가가 마냥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인프라의 부재를 안고 있는 시장에 투자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던 것이다. 해외진출 집중투자라는 '거점개발'은 단기적으로 빅이슈를 만들어내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시장의 큰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과열된 집중투자와 포장된 거품은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내버렸다.

이러한 문제 속에서 PMC프로덕션의 송승환 대표가 제작한 <난타>는 1997년 10월 초연되었다. 자극적인 '한류'의 흥행과는 달리 기성세대의 인식 속 '신파'로 남아있는 공연문화에 대한 투자나 관심은 절대적으로 미비하였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비의 1/3에 불과한 <난타>는 초연부터 한국 공연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기존의 우려가 기우임을 확인했다. 1999년에는 세계3대 공연예술축제 중 하나인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최고평점으로 호평을 받았고, 2009년에는 1만회 공연을 돌파하며 한국 공연의 한 획을 긋기도 하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공연시장의 열악함과 관객모객은 모든 공연기획사가 가진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이 <난타>가 성공할 수 있게 된 실마리가 되었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한류'가 아닌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을 겨냥하여 관객모객이 바로 그 해답이었다. 열악한 공연계에서 마땅히 한국을 대표할만한 브랜드 공연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PMC프로덕션은 기획 초기부터 일본인 관광객 모객을 목표로 여행사들과 계약을 맺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그 결과 국내관객과 외국인 관객의 비율이 2:8에 이르고, 2011년까지 난타전용관을 방문한 외국인 관람객이 38만 명에 육박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넌버벌퍼포먼스' 장르는 기존의 공연과는 차별화된 양방향 소통을 한다. 대사로 전달하는 스토리의 이해가 아닌, 살아온 문화에 맞추어 개인적인 해석과 공감을 가능케 했다. 국경의 거리는 어느새 무대와 객석의 거리만큼 좁혀져 있었다. 국외에 있든, 국내에 있든 그 '외국인'과의 소통으로 산업이 성장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 진리다.

대표적인  넌버벌 공연인 <튜브스>는 <난타>와 많이 닮았다. 오프 브로드웨이(off broadway)를 거점으로 만들어진 <튜브스>는 스크린, 캠코더, 플라스틱관 등을 활용하였다. 관객과 소통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저예산 뮤지컬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더불어 난타의 모티브가 된 <스텀프>의 유명세에도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퍼포먼스 공연의 대표적인 흥행 사례로 시장의 개막을 알렸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춤을 춰라>, <비밥>, <드럼캣>, <점프> 등의 넌버벌 공연이 제작되며 꾸준한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또 성인극으로 유명한 <교수와 여제자> 역시 시즌3 이후에는 외국배우를 기용하며 시즌5에 이르러는 아예 공연을 중국어로 진행하고 있다. 기자 시연회에서는 대놓고 "한국인 관객을 배제하고 기획했다"고 할 정도로 글로벌콘텐츠의 경제성은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교수와 여제자>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을 대사가 아닌 행위에 집중하면서 보다 폭넓은 관객 유치 전략을 택했다. 기존 대학로 공연 티켓의 2~3배에 해당하는 가격에도 연일 만석이 되는 이유이다.

IT 기술의 발전으로 통신의 거리만 단축시킨 것은 아니다. 국경을 넘어 다양한 문화가 '소통'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며 각자의 '표현'에 적극적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는 '문화'가 있다. 우리 사회에는 개화기 시절 문물의 이질감에서 21세기 다름의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트렌드가 조성이 되었다.

'넌버벌 퍼포먼스'는 글로벌 시대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라고 말하고 싶다. 격 없는 '소통', 편견 없는 '공감', 그리고 개성적인 '표현'은 더할 나위 없는 소통의 수단이다. 세계화시대, 외국 콘텐츠의 단면적 모방이 아닌 공감의 콘텐츠의 중요성이 요구되는 시기다.

■글쓴이 오현성은?
문화기획 '씨즈온'의 대표다. 사회/문화적 트렌드 흐름의 전반을 다루고 있다. 공연시장, 프로모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실무에서 접하는 문화트렌드 이야기를 통해 시장의 동향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korstar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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