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실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연극 '별이 빛나는 밤에'
[인터뷰] 사실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연극 '별이 빛나는 밤에'
  • 이유정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4.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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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이유정 객원문화기자] 인생의 절반을 지날 무렵, 여성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변화가 일어난다. 여성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폐경이 시작된다. 우리는 이를 ‘갱년기’라 부른다. 갱년기의 여성은 절망감을 느끼게 되며 심할 경우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도 마찬가지다. 별을 보기 위해 알제리로 신혼여행을 떠날 만큼 낭만적이었던 부부는 20년의 세월 앞에 너무도 변한다. 자식과 남편을 위해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절망적인 소식뿐이다.

연극은 줄거리만으로도 여성을 사로잡는다. 가정을 꾸린 중년의 여성이라면 대다수가 이와 같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가 아닌 엄마로서. 그러나 갱년기라는 시련 앞에 엄마의 강인함은 와르르 무너지고 여성의 연약함만 남는다. 갱년기를 극복하기에 여성은 여리기만 하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별이 빛나는 밤에>의 배우 및 연출자를 만나 그 답에 접근해 봤다.

▲ 연극 <별이 빛나는 밤에>의 배우 및 연출자 인터뷰 [사진 제공=씨즈온]

-<별이 빛나는 밤에>는 어떤 공연인가?
연출
: 결혼 20년차에 접어든 ‘남미’가 생의 주기에 따라 찾아오는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다. 20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고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루하고 심각하게 그린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설화나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남미의 추억을 적절히 녹여냈다. 설화 속·추억 속 인물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남미가 잃어버렸던 자신의 본래 모습을 다시 되찾게 된다.

-대부분의 배우가 여러 역할을 맡았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가장 애착이 가는 역할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윤상호(항아할멈, 까라, 주윤발 역)
: 사실 세 가지 역할에 모두 애착이 간다. 그런데 굳이 고르자면 항아할멈이다. 이 연극은 현실과 상상으로 나뉘는데 그 중간에 있는 것이 항아할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 역할 중에 가장 비중 있는 역할로, 남미의 정서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관객이 가장 관심 있게 보게 되는 역할이기도 하기 때문에 항아할멈에 가장 집중을 하게 된다. 힘든 역할은 까라 역이다. 까라는 예전에 남미가 기르던 강아지인데 가만히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역할이다. 세 역할 중에 가장 활동적이기 때문에 연기할 때 땀이 많이 나기도 하고 숨이 차기도 한다.
송영학(변지람, 예 역) : 두 캐릭터가 다른 듯하지만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역할을 나눠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두 역할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것도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 ‘변지람’과 ‘예’가 큰 틀은 다르더라도 기본적인 성향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배우들은 아직 갱년기를 겪지 않았는데 갱년기 여성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이 있다면?
윤복인(강남미 역)
: 갱년기 여성을 찾아가서 아무리 물어본다고 해도 남는 것은 머릿속에 있는 것일 뿐, 그것을 보여주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많은 얘기를 듣기보다는 끊임없이 연습을 하는 쪽을 택했다. 배우와 배우 간의 연기 속에서 벌어지는 충돌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발견하려고 노력했고 나 ‘윤복인’에서 ‘강남미’로 변해가는 과정을 체득했다.

▲ 연극 <별이 빛나는 밤에>의 배우 및 연출자 인터뷰 [사진 제공=씨즈온]

-<별이 빛나는 밤에>를 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연출
: 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중년 여성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위한 연극이 별로 없어 관객층에서 소외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갱년기 문제를 다룬 연극은 더더욱 많지 않았다. 그래서 중년 여성을 위한 연극을 기획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것을 아름답게 그리고 싶었다. 그 중 ‘별’이라는 소재가 낭만적이기 때문에 별과 관련된 다양한 설화를 갱년기라는 주제와 결합하게 됐다.

-관객들이 중점을 두고 보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는가?
윤상호
: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연극적 장치가 많다. 생각보다 버라이어티하고 쇼와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다. 재밌게 즐기시길 바란다.
윤복인 : 특히 주부들이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연극이다. 우울증에 빠지는 갱년기 여성이 많은데 ‘내가 삶을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젊은 분들은 그들의 어머니가 힘들게 살아왔다는 것을 느끼고 이해하게 됐으면 좋겠다.
연출 : 지금까지 했던 공연과는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다르지만 여성의 얘기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도 많다. 관객층이 다양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것에 의미를 두고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연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갱년기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경숙
: 갱년기를 아직 겪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혼자 방에만 있지는 않으셨으면 한다. 즐겁게 문화생활도 즐기고 사회생활도 많이 하시길 바란다. 연극을 많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윤복인 : 많은 여성이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러기보다는 자기 것은 자기가 챙기면서 사셨으면 좋겠다. 가족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는 나중에야 ‘난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라고 후회하시지 않았으면 한다.

희생만 하다가 늙어가는 여성, 그들은 스스로를 지는 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작품 속 ‘노가인’의 말을 빌리자면 ‘갱년기란 그동안 고생했던 여성을 위해 모든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편히 쉬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는 갱년기 여성이 결코 초라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별이 밝게 빛나는 이유는 죽어서 새로 태어나기 때문’이라는 그들의 말처럼, 중년의 여성은 빛나는 사람이다. 아직도 그들이 ‘지는 별’이라고 생각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새로 태어나 가장 반짝이는 별’이라는 사실을 연극 <별이 빛나는 밤에>가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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