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세한 차이를 발견하는 즐거움… '반지전쟁'(J.R.R. 톨킨 著)
세세한 차이를 발견하는 즐거움… '반지전쟁'(J.R.R. 톨킨 著)
  • 독서신문
  • 승인 2014.04.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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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20>
▲ J.R.R. 톨킨의 소설 『반지전쟁』 표지,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반지의 제왕> 포스터와 스틸컷(왼쪽부터)

[독서신문] 『반지전쟁』이라고 하면 낯설 독자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30대 중반 이후 사람들이 기억하는 『Lord of the Ring』의 번역 제목은 『반지전쟁』이었다. 2000년대 들어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이 개봉되면서 국내에도 그 제목으로 ‘제대로’ 소개가 된 것이다.

그 전에는 판타지 독자층을 중심으로 예문당에서 나온 『반지전쟁』이 ‘굉장히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탄 바 있다. 필자는 고2 때인가 친구에게 『반지전쟁』을 빌려서 봤다. 그 때가 1995년도이니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다. 당시의 느낌은 ‘굉장히 몽환적’이라는 것이었다. 앨리나스 모리셋의 음악을 한참 들을 때라 그 음악과 소설이 너무나 잘 매치되어서 지금도 가끔 그 음악을 들으면 『반지전쟁』 소설 속 장면들이 연상될 정도다.

무려 20년 전의 일이니 이제 세부적인 내용은 가물가물한 게 사실이지만 얼마 전 <반지의 제왕> 확장판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극장 개봉작과 달리 확장판 3부작의 러닝타임은 무려 11시간30분에 달한다. 하루를 온전히 다 투자하면 이 확장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할 수가 있다.

이게 말이 쉽지, 중간 중간 꽤 힘이 들 수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반지의 제왕> 아니겠는가? 크게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하루가 그냥 지나가버린 느낌이었다.

11시간 30분이라는 충분한 러닝타임은 감독에게 무한한 자유를 선사한다. 다른 영화들처럼 짧은, 기껏해야 2시간, 길어야 3시간 남짓한 필름에 원작의 내용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원작의 내용을 잘 살리면서도 몰입력과 디테일을 보장받을 수 있다.

과거 극장판을 볼 때는 뭔가 어색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왜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가 건너뛰지?’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이다. 아주 어렴풋이 기억나는 『반지전쟁』의 이야기와도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고는 했다.

하지만 확장판은 달랐다. 이야기의 단절이 별로 없고 부드럽게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괜히 이 확장판을 두고 ‘역사상 가장 완벽한 원작의 영상화’라는 평가가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 것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그러나 이 차이는 과거 ‘원작을 영상화한’ 수많은 영화들과는 그 차원이 약간 다르다.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왜곡’, ‘삭제’된 원작의 포인트들이 많다고 한다면 이 <반지의 제왕>에서는 이보다는 오히려 감독이 더 효과적으로 원작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변형’한 측면이 강하다.

이를테면 프로도의 나이 문제다. 원작에서 프로도는 호빗 나이로 50대 중반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30대 전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피핀과 메리는 프로도의 조카 뻘이라고 하며, 따라서 프로도보다 상당히 어려보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영화에서 프로도는 기껏해야 (사람 나이로) 10대 후반 정도일 것이다. 원작에서 프로도는 17년간 반지를 숨기고 살다가 모험을 떠나지만, 영화에서는 불과 두달만에 떠난다. 여기서 프로도의 나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피터 잭슨이 굳이 이 설정을 고집한 이유는 독자도 능히 짐작이 갈 것이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아르웬이라는 불세출의 미녀가 언제 등장하느냐이다. 원작에서 아르웬은 막판에야 잠깐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스크린에 등장해 관객들에게 그 압도적인 미를 자랑한다. ‘엘프’족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 ‘아르웬’만큼(더불어 레골라스까지) 인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을까?

그 외에도 여러 세부적인 면에서 조금씩 다른 게 영화와 원작의 차이다. 하지만 이는 영상의 한계 문제가 아니라 감독의 설득력 문제이다. 이것이 이 콘텐츠를 다룰 때 가장 부각되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고보면 피터 잭슨 감독은 톨킨에 인생을 바친 듯 보인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부터 시작해 최근의 <호빗> 연작까지. 그가 펼쳐내는 톨킨 세계관의 영상화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게다가 그가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한 까닭에, 뉴질랜드의 관광 산업이 또 상당히 성장했다고 하는 만큼, 한 인간의 집념에 대해 겸허한 마음까지도 생겨나는 것이다.

/ 홍훈표 작가(exom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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