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극’ 또는 ‘멜로’… '오페라의 유령'(가스통 르루 著)
‘잔혹극’ 또는 ‘멜로’… '오페라의 유령'(가스통 르루 著)
  • 독서신문
  • 승인 2014.04.0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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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19>
▲ 국내 출간된 『오페라의 유령』 소설 표지, <오페라의 유령> 영화 포스터와 뮤지컬 속 한장면(왼쪽부터)

[독서신문] 지난 2004년 공개된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을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는 데 성공한 영화다. 당시 국내는 뮤지컬 시장이 점점 확대되던 차였는데 그 덕에 <오페라의 유령>도 여러 차례 국내에서 공연된 바 있었다. 당연히 영화도 상당히 흥행했다.

최근에는 워낙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서 잘 언급되지 않긴 하지만 한때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던 것들이 있었다. <오페라의 유령>을 포함해서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캣츠>가 그것이다. 이 작품들 모두에 영국의 전설적인 뮤지컬 기획자 카메론 매킨토시의 입김이 들어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중에서 절반이 현재 영화화에 성공했으니 뮤지컬 팬으로서는 나머지 두 작품의 미래가 궁금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엔 거의 뮤지컬로만 알려진 이 『오페라의 유령』은 1910년 신문기자이자 작가인 가스통 르루가 쓴 소설이다. 나오자마자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결국 유니버셜 영화사가 시나리오를 구입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25년 영화로는 최초의 <오페라의 유령>이 세상이 공개된다. 당연히 무성영화였다.

이후 <오페라의 유령>은 여러 차례 영화화됐지만 역시 우리에게 제일 잘 알려진 것은 2004년작일 것이다. 이것도 벌써 개봉한 지 10년이 지난 형편이라 이제 많이 잊혀지긴 했으니 말이다. 여기서는 주로 2004년작 영화와 원작소설을 비교하기로 한다.

영화나 뮤지컬을 본 사람이 제일 당황스러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오페라의 유령 에릭의 설정 부분이다.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캐릭터 에릭이 실은 소설에서는 거의 살인마에 가깝다. 에릭의 크리스틴에 대한 감정이 사랑보다는 집착처럼 보일 정도다.

이 외에도 영화와 소설은 세부적인 면에서 여러 설정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인물의 차이점으로 가장 큰 것을 꼽자면, 처음에 에릭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라울과 함께 에릭을 추적하게 되는 페르시아인 다로가이다. 소설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비중이 확 낮아졌다. 팬텀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지리 부인으로 바뀌어 있고 크리스틴을 구하러 가는 사람은 라울 혼자일 뿐이다.

에릭은 영화나 소설에서나 결국 라울과 크리스틴의 사랑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셋의 마지막이 조금 다른 면도 있다. 소설에서는 그 끝이 조금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아무튼 가장 먼저 죽음을 맞는 것은 에릭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는 크리스틴이 제일 먼저 죽어서 그 무덤을 에릭이 몰래 찾아와 장미꽃을 한 다발 안기고 간다.

에릭이 극장에 살게 된 과정도 다르다. 영화에서 에릭은 극장주를 살해하고 몰래 극장으로 숨어들게 되지만 소설에서는 그 설정이 좀 더 풍부하다. 그는 집시들에게서 자라는데 온갖 기예와 지혜를 터득한 인물이다. 그래서 페르시아로 초대받아 매우 신비로운 요술궁을 건축해 왕과 왕비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그러나 ‘토사구팽’이란 말처럼, 왕과 왕비는 이제 필요없어진 그를 죽이려 하고 결국 터키로 도망친다. 결국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극장의 건축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가 몰래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 은닉한다. 이것이 소설의 설정이다.

무엇보다도, 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에릭의 외모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는 반쪽 가면을 쓰고 있는데 나머지 얼굴이 상당히 준수해서 자칫 많은 관객들은 ‘반쪽 얼굴이 저 정도면 뭐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쇼비즈니스의 당연한 귀결일 뿐이다. 그 정도라면 에릭이 어린 시절 겪었을 그 천대와 멸시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소설에서 에릭의 얼굴 묘사는 그야말로 끔찍하기 그지없다. 해골과 같은 얼굴과 몰골이라고 하니 에릭의 은닉이 이해가 간다.

/ 홍훈표 작가(exomu@naver.com)

■자유기고가 홍훈표
·연세대에서 경제학 전공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 집필
·지촌 이진순 선집 편찬요원
·철학우화집 『동그라미씨의 말풍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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