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에 개봉한 영화<왕의 남자>에는 권력과 재물을 비롯해서 모든 것을 다 가진 연산과 가진 것이라고는 재주 많은 몸밖에 없는 광대 장생이 나온다. 연산은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사소한 일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그 많은 재물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나 장생은 다르다. 장생은 가진 것이 하나도 없기에 세상에 대한 미련이나 원망 따위가 없다. 그는 광대놀이를 통해 하고 싶은 것도 다하고, 하고 싶은 말도 다하면서 자유롭게 산다.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자유를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최미선, 신석교 부부는 2년 전에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 두고 자유로운 삶을 살 것을 결심한다. 그리고 지금은 신문사의 여행담당 기자였던 아내와 사진 기자였던 남편이 함께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있다.
이 책은 최미선, 신석교 부부가 네팔에서 보낸 보름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네팔 여행은 또 다른 일상이 되어 버린 현실로부터 탈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산에 오른 자만이 건질 수 있는 안나푸르나의 절경, 새벽 5시 푼힐 전망대에서 마주한 일출의 장엄함, 산 속에 파묻힌 아름다운 마을 촘롱에서 만끽한 모닝커피의 낭만, 마차푸츠레를 놀이터 삼아 자라나는 순박한 아이들, 어려운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등반 일정을 함께한 포터들과의 에피소드까지 히말라야 등반 과정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또 여행 내내 이들의 산행을 도와준 17세의 데꼬마르라는 아이가 헤어짐이 아쉬워 하루 종일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산에 오르고 온갖 수발을 다 들어야 벌 수 있는 5달러라는 피 같은 돈으로 사준 콜라를 받고 펑펑 운 이야기 등 네팔 사람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네팔 여행을 통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독자들 역시 이 책을 통해 네팔의 아름다운 자연과 순수한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면서 삶을 되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
최미선 지음/ 신석교 사진/ 안그라픽스/ 288쪽/ 13,000원
독서신문 1395호 [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