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치유와 성장을 위한 가장 찬란한 여행의 시작, 연극 '앙코르'
아픔의 치유와 성장을 위한 가장 찬란한 여행의 시작, 연극 '앙코르'
  • 김누리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3.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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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앙코르> 포스터 [사진 제공=씨즈온]

[독서신문 김누리 객원문화기자]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은 스스로 외톨이가 돼가고 있음을 절감한다. 단 한 번 살아가는 인생 좀 더 잘 먹고 잘 살겠다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우리는 실상 점점 마치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 속에 깊숙이 가라앉고 있음을 느낀다. 가족과 친구 그 누군가 내 곁에 있다 할지언정 결국 내 고민, 내 감정, 내 상처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은 나 혼자서 끌어안아야만 한다. 늘 그렇듯이 모두가 각자 그래왔고, 현 사회도 제 스스로를 직접 추스르지 못하는 인간을 흔히 한심하게 보곤 한다.

지금 이 시간, 이 공간 위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렇게 사회가 원하는 완벽한 ‘혼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자의적으로 상처는 가슴 깊숙이 묻어두고 나 자신을 쉬이 누군가에게 드러내지 않는 데 적응했다. 이렇듯 결국 상실과 결핍으로 점철된 현대인의 초상을 돌아보고, 기계적인 일상 속에 지친 그들의 마음을 차분히 위로하고자 하는 연극 한 편이 올 3월 대학로를 찾았다.

우리는 평소에 흔히 지금의 이 숨 막히는 일상에서 간절히 벗어나길 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저 스스로도 막연하고 서투른 감정이므로 진정 내 자신을 일상에서 해방시키고, 평안케 할 수 있는 방법은 쉬이 생각지 못한다. 연극 <앙코르>는 누구나 평소 시시때때로 꿈꾸는 ‘여행’을 소재로 하며, 상처와 고독의 현대인을 위로하고, 그들 스스로 어떻게 마음을 치유하고 변화 가능한지 새로운 생각의 방향과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여행의 시작과 끝으로 극이 구성된 본 작품은 우리 관객들과도 별반 다르지 않은 전형적 현대인인 두 남녀의 모습을 조명하며 특유의 인간적이고 따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몸과 마음 모두 한없이 지쳐 있던 현서는 드디어 고대하던 여행지 캄보디아 앙코르에 도착하자마자 예상과 벗어난 사고의 발생에 황당함을 느낀다. 약속된 공항 픽업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본래 예약하던 방까지 게스트하우스 측의 실수로 다른 방문객에게 빼앗긴 꼴이 된 현서는 뻔뻔하게도 웃으며 이해를 요구하는 정완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처음부터 맞지 않던 정완이 여행 내내 함께 다녀야하는 자신의 가이드라는 사실에 아연실색한다. 그녀의 불안감은 예상을 빗겨나가지 않고 정완은 특유의 여유로움과 낙천적인 모습을 보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서에게 앙코르 곳곳을 안내했다. 낯설지만 따스하고 아름다운 도시 앙코르의 수많은 유적들을 마주하며 현서는 점차 자신이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왔는지 생각하게 된다.

여행은 흔히 자아 성찰과 치유의 과정이라고도 불린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시간, 새로운 사람 전혀 보지 못 했던 것을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현서와 정완 그들의 여행도 다르지 않다. 현서는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자른 채 살아가는 스스로의 아픔을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여행을 시작하기 이전 그리고 여행 초반까지도 모든 것에 회의적이고 까칠하던 현서는 낯선 정완과 동행을 이유로 관계를 맺으면서 스스로의 아픔을 그저 묻어두고 채찍질만 하던 제 자신을 돌아본다. 한쪽 가슴이 없음에도 웃고 있는 조각상을 바라보며 보다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곁에서 함께하는 정완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결국 통곡의 방에서 시원하게 울음을 터뜨리고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밖을 나선 현서는 그제야 완벽히 여행을 즐기기 시작한다. 아픔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보면서 결국 내적으로 더욱 단단해지는 성장을 하게 된 것은 비단 현서만의 일이 아닌, 정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정완 역시 부상으로 인해 그만둔 야구 선수 시절을 떠올리며, 앙코르에 도망치듯 와서 잊고 살았던 꿈과 희망을 발견한다.

작품의 가장 큰 키워드는 여행과 사랑이다. 극 중 현서와 정완이 함께하며 겪는 여행과 사랑이란 그 과정이 유사하다. 똑같이 설레고, 똑같이 갈등이 있고, 진정한 화해가 있다. 유사한 속성을 가진 두 개의 키워드가 본 작품에서 적절히 녹아서 극을 더욱 풍성케 하고, 현서와 정완 사이의 감정을 보다 다채롭게 만든다. 또한, ‘사랑’이라는 특별한 감정을 넘어서서 근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함으로써 겪는 치유와 성장의 힘을 보여준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모습으로 앙코르의 아름다운 정경이 담긴 영상이 극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를 장식한다. 관객들은 마치 스스로 앙코르를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으며, 현서와 정완이 그랬듯 약 80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자기 내면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돌아보는 소중한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막연히 가둬두었던 이들에게 달콤하고도 즐거운 휴식이 될 것이다. 결국 변화를 위해선 가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이제 한 번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새로운 ‘여행’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그 끝에서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를 발견할 지도 모르니까.

연극 <앙코르>는 4월 13일까지 소리아트홀 3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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