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독도의용수비대, 정말 독도를 지켰을까
자랑스런 독도의용수비대, 정말 독도를 지켰을까
  • 윤빛나 기자
  • 승인 2014.03.1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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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윤빛나 기자] 1953년부터 1956년까지 독도를 일본으로부터 지킨 독도의용수비대. 하지만 소설 『강치』는 과감하게 이들에게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당시 독도를 지킨 독도의용수비대가 사실 미역을 채취하고 강치를 잡으며 자신들의 배만 불린 11인이라고 말한다. 그 근거는 독도의용수비대를 직접 봤던 고 김산리 옹의 기록이다.

당시 김산리 옹은 울릉도 경찰서 경비과장이었다. 그는 진실을 알려달라며 저자에게 당시 근무 일지, 독도의용수비대의 실체를 밝힌 각종 증명서, 진정서, 고발장 등을 보여줬다.

6·25전쟁이 끝난 직후 재향군인회란 이름으로 상이용사들이 모여 공권력을 흔들었던 때가 있었다. 당국은 이들의 행패를 막기 위해 당시 최대 이권사업이었던 독도미역채취권을 안겨줬다. 미역을 채취하면서 독도를 지키면 어떻겠냐는 울릉도경찰서의 제안에 재향군인 11명은 마지못해 응했다고 한다.

김 옹에 따르면 일본인으로부터 독도를 지킨 것은 독도의용수비대가 아닌 울릉도 경찰이었다. 독도에 가기 위해 90도 절벽을 오르내리다 낭떠러지로 떨어진 경찰 동료가 상당수라고 했다. 하지만 이에 관한 모든 기록은 말살되고, 날조된 독도의용수비대만 남았단다. 경찰에게 받은 총을 일본인에게 겨누는 대신 정력에 좋다고 소문난 강치를 잡는 데 쓴 의용수비대는 '이 시대의 마지막 의병'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소설 『강치』는 1945년의 독도에서 2013년의 독도가 존재하기까지 그 곳에 얽힌 사랑과 배신, 그리고 조작으로 일관된 부적절한 애국집단심리를 빠른 템포로 서술한다. 집단최면이 무엇인지, 왜 뻔한 속임수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통용되는지, 조작과 날조가 공공연하게 방관될 수 있는지, 시대적인 사회정의는 살아있는지 등을 파헤친다.

소설 내용은 대강 이렇다. 신문사를 정년퇴임하고 평범하게 사는 '나'에게 어느 날 손님이 찾아온다. 그는 새로운 국가영웅으로 추앙받는 독도의용군의 업적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직 경찰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이 그가 호국연금에 눈이 멀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주장과 여러 증거자료, 정황을 접하다 보니 그의 진정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선 확인 여행에서 1950년대를 독도에서 함께한 전직 경찰, 어부, 통신사, 해녀들을 만나며 독도 의용군의 활약상이 대부분 과장이거나 조작임을 알아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많은 길을 와버린 느낌이다. 허위와 과장과 날조가 이끼처럼 끼어, 어느새 역사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동상으로, 기념관으로, 기념사업회로 굳어지다 못해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수록돼 산교육의 장이 됐다.

한편 소설 『강치』는 워낙 민감한 문제를 다룬 터라 출판이 쉽지 않았다. 온갖 고초 끝에 현재 출판사를 만났지만, 출판되기 한 달 전에 김 옹이 별세하고 말았다. 저자는 책의 내용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 강치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펴냄 | 303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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