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유감
봉평 유감
  • 이병헌
  • 승인 2007.09.2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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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 이병헌     ©독서신문
추석 연휴 중 하루를 이용해서 짧은 나들이를 했다. 고향으로 가는 길과 반대 길을 선택한 것이 교통지옥을 피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것은 여행 내내 계속되었다. 이상해진 기후 덕분에 가을비가 연일 내리고 있었지만 메밀꽃을 찾아 나선 날은 흐린 날이었고 비는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노란 들판을 옆으로 하고 초가을 속을 달려 봉평에 도착했다.
 
봉평으로 가는 길에 제9회 효석 문화제를 알리는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으나 이미 축제는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추석연휴를 맞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들고 있었다. 2001년 지역 문학회에서 문학기행을 한 이후 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봉평'을 만나러 오는 길에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고 있었다. 그 때 순수한 문학촌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는데 문학관에 다가가면서 6년만에 찾아오는 길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변화는 주위의 환경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효석 문학관이 새로 생겨났고, 주위에 펼쳐진 넓은 메밀밭, 그리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음식점과 현란해진 거리였다. 이러한 변화 중에서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상업성'이었다. 많은 곳에 음식점과 특산물을 판매점이 있었다. 물론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이효석 문학 혼을 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곳을 여행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적당하게 '소설가 이효석'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 자치단체에서 그 곳에서 태어난 소설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이용한 축제를 통해서 수익사업을 하고 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효석 문학관에서 들어서서는 답답함을 느꼈다. 전시품은 다른 문학관에 비해서 나은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다른 곳에서는 입장료를 거의 받지 않는데 이 곳에서는 입장료 2,000원을 받고 있었고 사진촬영까지 금하고 있었다. 물론 관람객들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옥천의 정지용문학관에 가면 앉아있는 정지용과 사진촬영을 할 수 있었고, 조지훈 문학관에 갔을 때는 개관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먼길을 찾아온 관람객에게 문학관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해 주었고, 만해 기념관에 들렸을 때는 직원이 자청해서 안내를 해 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물론 시간적인 문제는 있지만 그 곳의 중심부에 있는 메밀밭은 꽃이 거의 진 상태였고 허수아비가 설치되어 운치를 더해주었지만 쓰러진 허수아비가 몇 개 있었는데 그대로 방치되어있었다. 마치 다른 축제지역에서 볼 수 있는 야시장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이효석 생가에 갔을 때 생가는 그 옆에 있는 음식점들에 묻혀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최소한 음식점을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역 주민들에게 이효석은 큰 돈벌이가 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다른 문인들의 문학관이나 생가에 갔을 때 발견하기 어려운 상업성이 판을 치고 있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 곳은 메밀을 이용한 음식을 많이 만들어서 팔고 있었다. 막국수, 메밀국수, 메밀부침개, 메밀묵, 메밀 술, 메밀 커피까지 다양하게 개발되어있었는데 과연 그 지역에 오가는 사람들에게 그 곳에서 생산되는 메밀로 음식을 다 만들만큼의 양이 될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을 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메밀가루도 파는데 그 곳에서 생산된 것일까 생각을 해 보았다. 사실 이효석 문학관과 생가 그리고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문학적인 관심보다는 '메밀'이 주는 호감으로 방문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몇 가지의 볼거리를 주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할 일이고 또 그 곳 상인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지역이 이윤만을 추구하기 위해서 상업성에 물든다면 이효석의 문학정신을 해치는 일이 될 것이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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