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젊은 절을 알고 계신가요? 연극 '나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젊은 절을 알고 계신가요? 연극 '나와 할아버지'
  • 임유진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3.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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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신문 임유진 객원문화기자]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대학로에서 지난달 7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공연으로, 제작사인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창단 10주년 퍼레이드 '간다GO'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공연은 ‘2013년 남산희곡페스티벌’ 낭독 공연에서 관객과 평단의 큰 호평을 받았으며, 2013년 7월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선보인 정식 공연은 평균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하는 등 대학로 연극계에 한 획을 그었다. <나와 할아버지>는 작/연출을 맡은 민준호와 할아버지 사이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 연극으로 가슴 뭉클한 스토리로 화제가 됐으며, 배우 이희준의 컴백 연극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이 공연은 혈기만 완성한 공연대본작가 준희가 대본의 소재를 찾던 중 자신의 할아버지를 관찰하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할아버지는 전쟁 통에 헤어진 옛사랑을 찾기 위해 준희에게 시간을 내서 같이 가달라는 부탁을 한다. 할머니는 시간이 없다고 하라며 여정을 만류하지만 준희는 할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함께 길을 나선다. 그 여정 속에서 준희는 30년간 한번도 듣지 못했던, 묻지도 않았던 할아버지의 청춘을 만나게 된다.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겪었던 전쟁, 그들이 살아온 시대. 우리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 일들을 할아버지는 무척이나 무덤덤하게 이야기한다.

▲ 연극 <나와 할아버지> 포스터. [사진 제공=씨즈온]

우리는 알지 못하는, 하지만 알아야 할 과거

준희의 할아버지는 젊은시절 전쟁을 겪었고, 그 전쟁으로 인해 다리 한쪽을 잃었다. 국가유공자로서 전쟁 후에는 큰 상을 받아도 모자라지만 이북과의 전쟁 후에는, 또다시 정부와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전쟁 속에서 가족도, 건강도 잃었지만 그에 마땅한 보상은 없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 상황을 막상 당사자는 큰 일이 아닌 것 마냥 이야기한다. 하지만 당시의 슬픔을 이 연극에서는 할아버지가 아닌 손자 ‘준희’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옛사랑의 주소를 얻기 위해 동사무소에 간 ‘준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할아버지가 이정도도 알지 못하느냐며 울분을 토해낸다. 30년간 알지 못했고, 묻지도 않았던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은 단순히 우리 할아버지의 청춘이 아닌, 우리 나라의 청춘이었다.

단절돼 가는 세대간의 소통

준희는 서른이 돼서야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동안의 할아버지와의 소통은 기름값이라며 5만원을 쥐어주는 것, 그리고 할머니를 통해서 듣는 고집 센 할아버지의 이야기 뿐이다. 이정도의 소통이 바로 현대 사회에서 이뤄지는 세대간의 소통이지 않을까.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할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알지 못한다. 극 중 작가역을 맡은 양경원은 대사를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인다. 이제야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이제야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눈물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할아버지가 됐을 때 손주들이 먼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물어봐줬으면 좋겠다고.

텅 빈 무대를 가득 채우는 공감

화려한 조명도, 대단한 무대 장치도, 현란한 음향효과도 없는 공연이다. 무대 장치라고는 바퀴 달린 나무판에 나무 상자 몇 개가 전부이다. 하지만 처음엔 넓게 느껴졌던 공연장이 극의 막바지로 갈수록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그리고 관객들의 공감으로 가득찬다. 끊임없는 잔소리를 하는 할머니와 이에 지지 않고 똑같이 받아치는 할아버지. 그리고 중간에서 양쪽을 정신없이 오가는 손자까지. 리얼리티 가득한 대사들을 통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며, 여느 연극에서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특유의 반짝이는 재치와 재기 발랄한 유머로 극 초반에는 ‘즐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전쟁통에 헤어진 옛사랑과 재회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할머니의 죽음을 듣게 되는 장면, 관객과 무대 중간을 오가는 작가의 눈물 등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점점 더 ‘마음 아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연극 이름처럼 ‘나와 할아버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연극. 소박하며 친근한, 또한 진정성 있는 스토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오는 4월 2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진행된다. 평일엔 8시, 토요일엔 3시, 6시, 그리고 일요일에는 2시, 5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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