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성극의 반란, 연극 '천로역정' 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연출
지루한 성극의 반란, 연극 '천로역정' 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연출
  • 한제윤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2.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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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제윤 객원문화기자] 기존 ‘성극’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종교극의 일종, 성경을 토대로 꾸민 연극이기에 교회행사에서나 볼 수 있는 극, 그 의미 또한 성경을 이야기하는 꽤 무거운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기독교인들에게 영미문학사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인기 있고 지금까지도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는 소설 『천로역정』이 연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또한 ‘성극’의 성격을 띠는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고전소설을 연극으로 연출하면서 무신론자들에게도 거부감없이 적용할 수 있는 순례자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몇 가지 눈에 띄는 요소들을 사용했다. 소설의 우화적인 부분은 살리고, 뮤지컬적 요소인 음악을 삽입함으로서 공연에 좀 더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 연극 <천로역정> 공연 장면. [사진 제공=씨즈온]

우화를 통해 진리의 세계를 보다

연극은 소설의 우화적인 요소를 그대로 끌어왔다. 주인공 필그림(순례자)은 멸망의 도시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살다가 그 짐을 덜기 위해 하늘성을 향해 여정을 떠난다. 그 길에는 ‘절망’, ‘세속’, ‘욕망’ 등 많은 유혹이 있다. 전도자가 가르쳐준 길을 걷고 있던 순례자에게 ‘세속’은 그 길이 아닌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세속의 길을 안내한다. ‘욕망’은 음탕한 생각에 휩싸이게 하고 ‘절망’은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성에 대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렇듯 순례자는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야 한다.
자신의 힘만으로 이겨내지 못할 때에 하나님이 주시는 ‘도움’은 ‘낙담의 수렁’에 빠졌던 순례자를 꺼내어준다. ‘믿음’과 ‘소망’은 순례의 길을 가는 순례자의 조력자가 되어주며 함께 동행한다.

연극에서 각각의 감정을 표현한 우화적 캐릭터들의 이름과 행동에 주목해 순례자가 걷는 길에서 구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들을 살펴보면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 연극 <천로역정> 공연 장면. [사진 제공=씨즈온]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다

이 연극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순례의 여정에 맞춰 순례자가 부르는 노래다. 말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그의 심경에 가사를 붙여 새롭게 만들어낸 창작곡이 10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동안 관객들을 극에 몰입시키고 그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여러 창작곡 중에는 귀에 익숙한 멜로디도 있는데 새롭게 가사말을 붙이니 관객은 더이상 멜로디가 아닌 가사에 집중하여 주인공의 상황에 몰입하게 된다. 배우들의 표정이나 목소리만으로 극의 분위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적절한 상황에 음악을 삽입함으로서 듣기만해도 스산하거나 애절한 상황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처음 순례의 길을 떠날 때 순례자가 부르는 노래는 아직 막막하지만 하나님을 믿고 나아가겠다는 신념을 보인다. 이러한 부분은 결심한 것을 말로서 설명하는 것보다 음악을 입혀 노래하면서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고 흥미를 유발한다.

▲ 연극 <천로역정> 공연 장면. [사진 제공=씨즈온]

특별한 연출에서 보이는 관객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

이 연극이 우화적, 음악적 요소를 사용하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이해도를 높이게 하기 위함은 결국 특정 한 종교집단만이 아닌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가 있든, 없든 쉽고 편하게 작가가 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목적만을 향해 달리는 것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나름의 힐링이 돼 주기도 한다.

연극 <천로역정>은 5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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