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제국' 반도체 노동자의 아픔, 멀리 있지 않다
'탐욕의 제국' 반도체 노동자의 아픔, 멀리 있지 않다
  • 윤빛나 기자
  • 승인 2014.02.27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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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탐욕의 제국> 언론시사회 현장

[독서신문 윤빛나 기자] 삼성반도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탐욕의 제국>이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2014년 현재 산업재해를 제보한 피해 노동자 수는 총 180명이며, 이 중 66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산재 승인을 받은 이는 단 2명뿐이다.

영화 상영 후 열린 <탐욕의 제국> 기자간담회에는 홍리경 감독과 피해자 한혜경 씨, 한혜경 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고 이윤정 씨의 남편 정희수 씨, '반올림' 활동가 임자운 변호사 등이 참석해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 <탐욕의 제국>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김시녀 씨, 한혜경 씨, 임자운 변호사, 홍리경 감독, 황상기 씨, 정희수 씨(왼쪽부터). [사진=시네마 달]

이날 홍 감독은 "<탐욕의 제국>이 반도체 전자산업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기억하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으면 한다"며 "그간 몰랐던 반도체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응원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실제 주인공인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이 작품을 계기로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권이 강화된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에서 유해 물질을 쓰는 것도, 돈으로 피해자 가족을 회유한 것도 모두 사실이며 그들의 입장 표명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내가 삼성반도체 노동자였다가 세상을 떠난 정희수 씨는 수건 한 장을 들어 보이며 "1999년도에 집사람이 받은 삼성 산업평화의탑 수상기념 수건을 가져왔다. 집사람이 수건을 버리질 않더라. '나 삼성나온 사람'이라며 간직하고 있더라. 하지만 삼성은 가족이 아니었다. 집사람이 영화를 못보고 갔다.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울컥했다.

또한 임자운 변호사는 "영화가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로는 보여지지 않았으면 한다. 가까이에 있는 이웃들이 이런 일을 했고, 그런 환경에 있고, 여전히 그러고 있고 고통을 겪고 있다. 심지어 누군가는 가해자도 될 수 있는 사회의 속살같은 모습으로 이 영화가 전달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 <탐욕의 제국> 기자간담회 후 포토타임을 갖고 있는 임자운 변호사, 홍리경 감독, 김시녀 씨, 한혜경 씨, 황상기 씨, 정희수 씨(왼쪽부터). [사진=시네마 달]

뇌종양 수술 후 시력, 언어, 보행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한혜경 씨는 느리고 불분명하지만 의지가 담긴 말투로 "기숙사에 들어가서 생활했던 일들이 생각이 난다. 영화 얘기는 모두 다 사실이다. 윗사람들이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내가 이렇게 안 됐을 것 같다. 죽은 아이들도 안 죽었을지 모른다. 조금만 의료비를 지원해도 나처럼 심해지기 전에 발견할 수 있지 않냐"며 분통해 했다.

또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전자쓰레기에 대해 홍 감독은 "반도체 전자산업 문제가 단순히 생산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소비되고 버려져서 처리되는 과정에서도 그 문제가 반복된다고 생각한다. 전자제품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먹고 사는 저소득층 문제도 있다"며 "중국 현지에서 직접 촬영한 소스를 넣고 싶었는데, 이미 외신에서 많이 다뤄진 터라 외부인 감시가 심해 기존 소스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탐욕의 제국>은 고 황유미 씨의 기일인 3월 6일 개봉한다. 하지만 개봉관이 15개에 불과하다. 보통 100% 받아들여지는 영화 언론시사회 대관도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거부당했다. 개봉관은 적지만, 단체 관람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공동체상영' 운동을 진행중이다. <또 하나의 약속>에 이어 <탐욕의 제국>도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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