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사에게 첩이 있었는데 귀매가 예언사의 첩을 자기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예언사는 곧 도사를 맞이하여 귀매를 내쫓으려 했다. 술과 안주가 이미 진설되자, 귀매는 곧 뒷간에 가서 초분(草糞)을 퍼다가 그것을 술과 안주 위에다 뿌리며 방해를 하는 것이었다. 도사는 더욱 크게 북을 울리며 여러 신들을 불렸다. 그러자 귀매는 곧 요강을 들고 신좌(神座) 위에 놓고는 그것을 호각처럼 불어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잠깐 뒤 도사는 갑자기 등이 차가워짐을 느끼고 놀라 일어나 옷을 벗었다. 그랬더니 요강이 등뒤에 붙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도사는 일을 그만두고 예언사의 집을 떠나갔다.
예언사가 밤에 이불 속에서 몰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이 귀매 일을 근심했다. 그러자 귀매가 곧 대들보 위에 올라가서 예언사에게 말하기를 “그대 내외가 나를 못마땅하게 이야기하는데 내가 이제 너희 집 이 대들보를 부러뜨리고 말리라”라고 말하고, 이내 대들보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언사는 대들보가 부러지면 어쩌나 하고, 불로써 비춰보니 귀매는 곧 불마저 꺼버렸다. 대들보를 끊는 소리는 더욱 급해졌는데 예언사가 집이 무너질까 겁이 나 노소 사람들을 다 집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다시 불로써 비춰보니 대들보는 전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자 귀신이 크게 웃으며 예언사에게 묻기를 “다시 내 흉보는 말을 하겠는가?”라고 하였다.
그 고을에 살던 전농(典農)2)이 이야기를 듣고 말하기를 “이 귀매는 바로 삵괭이 요괴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화가 난 이 귀매는 곧 전농에게 나아가 말하기를 “그대는 관곡(官穀) 몇 백 섬을 거두어서 모처에 감춰 두었다. 벼슬아치가 되어 이같이 더러운 짓을 했으면서 감히 나를 헐뜯는 말을 하는가. 내 이제 마땅히 관에 알려 사람들을 데리고 가 그대가 도적질하여 감춰둔 곡식을 찾아내도록 하겠다”라고 하였다. 전농이 크게 두려워 귀매에게 사과했다. 그 뒤로 감히 이 귀매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삼 년 뒤 귀매가 사라졌는데 어디로 갔는지 그 소재를 알 수 없었다.
독서신문 1392호 [2005.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