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언어를 톡톡 영상에 담다 - '가위 들고 달리기'(어거스텐 버로스 著)
톡톡 튀는 언어를 톡톡 영상에 담다 - '가위 들고 달리기'(어거스텐 버로스 著)
  • 독서신문
  • 승인 2014.02.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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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17>
▲ 국내 출간된 『가위 들고 달리기』 소설 표지, 영화 포스터와 스틸컷(왼쪽부터)

[독서신문] 『가위 들고 달리기』는 신선한 작품이다. 작품을 읽는 내내 웃음이 입가에 머물게 된다. 상황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작품 속의 상황은 비극적이다. 주인공의 부모는 이혼했는데 아버지는 자식에게 관심이 없다. 어머니는 정신분열증 치료를 받고 있다. 기껏 찾아간 정신과 의사 역시 정상은 아닌데 주인공은 거기에 얹혀살게 된다. 어머니는 신경쇠약을 못 이겨 난동을 피우기도 하는데 주인공은 그런 게 이미 익숙한 일상일 뿐이다.

가장이 정상이 아닌 만큼 가족들도 다 정상이 아니다. 어머니는 가정에 신경을 끄고 사는데 원조교제를 하는 딸도 있고, 아무튼 막장 드라마다. 꼬마들이 13살 때부터 담배를 줄곧 피워댄다. 게다가 불과 13세인 주인공은 동성애자라서 30대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눈다. 그 남자친구는 주인공과 진실한 사랑을 나누지만 결국 주인공과 헤어지고 소식이 끊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랐다면 당연히 작품은 어둡기 그지없고 절망에 가득차야 할 것 같은데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상황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세련된 농담들이 어이없을 정도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이러니 웃음이 멈출 일이 없다. 해외에서의 평가도 이런 식이다. ‘한참 웃다가 보니 마지막 감동으로 금방 달려갔다’, ‘폭소로 가득 찼지만 진중한 작품’ 등의 평가가 많다.

주인공은 원래 헤어스타일리스트를 꿈꿨지만 결국 무작정 뉴욕으로 건너가고 결국 작가가 된다. 어릴 때부터 하루에 몇 시간씩 글을 쓰는 생활을 해왔던 터이다. 그것은 아마도 현실도피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쌓인 글들은 이제 작가의 실력이 되어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시켰다.

이 책이 한국에 번역된 것은 2007년인데, 원작이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해는 2002년이다. 영화는 2006년에 개봉한 만큼, 미국 내에서 원작은 충분히 알려질 시간이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원작이 알려지기도 전에 영화가 나온 셈이라 조금 아쉬운 감은 있다. 아무튼 이 소설은 영상화하기에 충분히 매력 있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물론 매 페이지마다 나온다는 그 농담을 영상에 담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라이언 머피 감독은 색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 영화 연출 자체를 재기발랄하게 이끌어가는 것이다.

영상은 곳곳에서 마구 뒤틀리기도 하고, 비극적인 상황에서 뜬금 없이 뮤지컬처럼 밝은 음악이 나오고, 조명은 전체적으로 밝다. 아무 생각 없이, 즉 줄거리를 전혀 파악하지 않고 영화 영상만 본다면(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 아마 관객은 굉장히 밝고 화사한 청소년 성장영화를 하나 봤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많은 플롯들이 생략되었다. 계속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면서 보다 보니 이제는 그런 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굳이 그런 게 아쉽지는 않다. 점점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정도 영화면 충분히 훌륭하게 원작을 펼쳐냈다고 평가하고 싶다. 왜 한국에서 <가위 들고 달리기>와 <가위 들고 뛰기>라고 제목이 상이한 것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라이언 머피 감독은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다. 최초 연출작은 <닙턱>이란 작품인데 접해보지는 못했다. 2010년 줄리아 로버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도 실상 조금 보고 나서 평범한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애 두 번째 연출작인 <가위 들고 뛰기>는 충분히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국내에서의 평가는 좋지 않다. 원작과의 괴리감이 있어서라기보단(원작을 읽은 사람이 많지는 않을테니) 영화 상황과 연출의 아이러니가 한국 관객들에게 납득이 잘 안 됐을 가능성이 있다.

주인공은 조셉 크로스가 맡았다. 초기에는 단역, 조연 생활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연기력을 인정받았는지 최근에는 주로 주연 생활을 하고 있다. <링컨>에서 존 헤이 역을 소화했고 이후 <마인 게임>, <아트 머신> 등에서 주연을 하고 있다. 솔직히 이 영화들도 아직 보지는 못했다. 크게 관심이 가는 배우는 아니지만, 연기력은 어느 정도 인정할 만하다.

/ 홍훈표 작가(exomu@naver.com)

■자유기고가 홍훈표
·연세대에서 경제학 전공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 집필
·지촌 이진순 선집 편찬요원
·철학우화집 『동그라미씨의 말풍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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