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낭만이 없다… 무엇이 낭만 도둑인가
일상에 낭만이 없다… 무엇이 낭만 도둑인가
  • 윤빛나 기자
  • 승인 2014.02.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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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윤빛나 기자] 흔히 '낭만' 하면 사람들은 여행을 연상하곤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는 우리의 일상이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는 증거다. 새로운 곳, 색다른 환경이 '낭만적'이라는 의미와 교집합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꽤 슬프다.

그래도 예전에는 일상에도 낭만적인 부분이 존재했었다. 우리가 낭만적 감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되기 전의 경험, 예컨대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거나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수줍게 쓰던 연애 편지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류의 '낭만'은 영화, 소설에서나 발견될 정도다. 심지어는 '소비'를 통해 낭만에 접근한다. 커플이 데이트를 할 때 상대방을 위해 얼마를 썼는지가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증명이 된다. 낭만이 자본화된 것이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낭만일까.

낭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위험한 사회적 징후다. 낭만적 합일감은 주로 어떤 대상과의 직접적인 접촉, 즉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서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접촉이 줄어든 세상은 활기가 없고 적막하고 암울하다.

사람과 사람이 갈수록 멀어진다. 사람들은 각자 골방에서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의 파리한 불빛에 의지해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 사회가 어쩌다가 낭만을 잃게 됐는지, 다시 말해 어쩌다 이렇게 비인간적으로 변했는지를 탐색한다. 현대인에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유발시키는 세계와 그 정치적 함의를 이해시키려 한다.

먼저 '휴대전화'를 통해 '낭만의 소멸'을 들여다 보자.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아무 때나 연락하기가 힘들었다. 당연히 약속에도 무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구체적으로 약속 시간이나 장소를 정하는 대신 '약속하기로 약속'을 한다. 시간에 늦는 것이나 장소를 급하게 변경하는 것도 더이상 큰 잘못이 아니다. 진짜 잘못은 휴대전화를 놓고 나오는 것이나, 충전하는 것을 잊는 것이다. 아무튼 휴대전화 덕분에 약속은 덜 구속적인 것이 됐고, 무게가 가벼워졌다.

'문화 산업' 장에는 '의식 통제의 핵심 수단'이라는 부연설명이 달렸다. 특히 요즈음의 멘토 열풍, 강의 열풍에 휩싸여 마치 강연이 독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강연은 사유와 탐구의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을 제시한다고 꼬집는다. 문제인식 능력, 논리적 분석 능력, 종합적 사고 능력은 기본적으로 혼자 공부할 때 배양된다. 게다가 강연은 일대다수의 구도이기 때문에 맞춤형일 수 없다. '내 안에 문제의식이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한편 과학기술은 스피디한 생활 패턴을, 신자유주의 체제는 무한경쟁을 유발한다. 이런 상황에서 낭만적 감정이 생겨나기란 쉽지 않다. 낭만적 감성은 기본적으로 마음의 여유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팍팍한 요즘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는 생기기 어렵다. 이는 시공간적 지각과 물리적 감각에 대한 자각을 둔화시키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성찰을 가로막는다.

그래도 최근 '복고 열풍'을 통해 때때로 과거의 낭만을 되찾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증명된 걸 보면, 책 제목과는 달리 낭만이 아예 '소멸'되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낭만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빛을 잃어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작업은 분명 '낭만의 소멸'을 더디게 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 낭만의 소멸
박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 408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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