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살짝 예상해보는 영화평 -『미 비포 유』(조조 모예스 著)
미리 살짝 예상해보는 영화평 -『미 비포 유』(조조 모예스 著)
  • 독서신문
  • 승인 2014.02.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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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16>
▲ 작가 조조 모예스, 소설 『미 비포 유』 원작 표지와 국내 출간본 표지(왼쪽부터)

[독서신문]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던 화제작 『미 비포 유』가 지난 1월초 국내에서도 출간됐다.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소설의 무게감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마침 MGM사에서 영화 크랭크인에 들어섰다는 만큼, 이번 칼럼은 한 번 특이하게 접근해 보려고 한다.

‘미리 살짝 예상해보는 영화평’ 형식. 500페이지가 넘는 양을 단 이틀 만에 독파할 만큼 이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다. 그 안에 담긴 논쟁거리도 만만치 않은 만큼 영화화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과연 영화는 소설의 주제들을 온전히 다룰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칼럼들을 읽어주신 독자분들이라면 눈치 채셨을 테지만, 결론은 사실 뻔하다.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영화는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주제, 안락사의 도덕적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놓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 주제가 독자들에게 제대로 인식되는 시점은 소설의 후반부에 도달했을 때이다. 물론 여러 복선이 깔려 있기는 하지만, 후반부에 도달하기 전까지 독자들은 이 소설을 자칫 단순한 로맨스처럼 볼 측면이 있다. 물론 영화가 아예 그 중요한 주제를 버릴 것이라고까지 생각되지는 않지만, 독자들은 알아채기 힘들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말이다.

루이자와 그녀의 기존 남자친구 패트릭의 관계를 잘 그려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둘은 무려 7년을 사귄 사이이지만 루이자는 패트릭의 (약간의) 무관심에 지쳐 있다. 하지만 패트릭 입장에서 그것은 무관심이 아니다. 단지 익숙함의 다른 표현일텐데, 이는 특히 둘이 헤어지기 직전 패트릭이 보여주는 진실한 모습에서 잘 느낄 수 있다. 이 절절한 심정을 영상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자칫 둘이 섹스하는 장면, 패트릭이 운동에 열중하는 장면들을 보다 보면 단지 패트릭이 바람둥이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루이자가 왜 그간 꿈같은 걸 가질 생각조차 못했는지는 보여줄 수 있을까? 그녀가 동생에게 묘한 열등감을 갖고 살아온 탓에 움츠러든 심리상태를 보여줄 수 있을까? 결국은 그 열등감에서 해방하여 혼자 파리로 가고, 삶을 쟁취하기 시작하는 그 미묘한 과정은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물론 영화판 <미 비포 유>는 영화 <언터쳐블: 1%의 우정>보다는 더 잔혹하게 현실을 알릴 것이다.

사지마비 환자가 단지 팔다리가 없어서 느낌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는 훨씬 고통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단지 음식을 먹여주고 목욕을 시켜주는 정도의 보살핌이 아니라 각종 의학지식을 갖추지 않고 옆에서 봐주기만 하는 정도로는 상대를 죽여버릴 수도 있다는 것.

소설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루이자가 조언을 얻는 과정들인데, 실제 사지마비 환자들의 심정이 절절히 전해져오는 것만 같아서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어떻든 간에 영화판 <미 비포 유>가 말해줄 현실 역시 소설 『미 비포 유』의 그것보다는 가벼울 것임에 틀림 없다. 아직 어떤 감독이, 어떤 배우가, 어떤 시나리오로 작업을 하게 될지 전혀 모르는 바이지만 이런 잔혹한 평가를 과감히 내릴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나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다른 사례들을 보아도 그럴뿐더러, 무엇보다도 소설 『미 비포 유』는 쉽게 2시간 내외의 영상으로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을 만큼 가벼운 내용이 절대 아니다.

아마도 감독은 위에서 필자가 던진 난감함을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상징들을 영화에 배치할 것이다. 물론 소설을 보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징을 깨닫지 못할 테다. 혹시 <미 비포 유> 영화를 보고 싶다면 소설을 먼저 보는 것을 권한다. 그래야 영화가 던져줄 메시지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홍훈표 작가(exomu@naver.com)

■자유기고가 홍훈표
·연세대에서 경제학 전공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 집필
·지촌 이진순 선집 편찬요원
·철학우화집 『동그라미씨의 말풍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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