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김구용시문학상, 영예의 수상자에 김성규 시인
제4회 김구용시문학상, 영예의 수상자에 김성규 시인
  • 조석남 편집국장
  • 승인 2014.01.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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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시집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 가나』
(<리토피아> 주최 - <독서신문> 후원)
▲ 김구용시문학상 시상식을 겸한 김구용문학제 제1회 , 제2회, 제3회 현장 모습(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독서신문 조석남 편집국장] 계간 문예지 <리토피아>가 주최하고, <독서신문>이 후원하는 제4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가 확정됐다. 예심(심사위원-노지영, 이영주, 김근)과 본심(심사위원-강우식, 박제천, 장종권)을 거친 심사를 통해 김성규 시인(시집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 가나』, 창비 발행)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김구용시문학상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창적인 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새로운 시에 대한 실험정신이 가득한 등단 15년 이내의 시인이 발간한 시집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고 있다. 시인 개인의 잠재적인 미래성 평가와 차세대 한국시단의 주역으로서의 가능성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다.

김성규 시인은 지난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 가나』가 있다. 심사평에서 강우식 시인은 ‘나는 솔직히 김성규의 시를 읽으며 내 젊은 시절에는 왜 이런 시를 쓰며 살지 못했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이 시인이 죽음의 끈을 시편마다 놓지 않는 것도 놀랍다. 그러면서도 시적 서술에서 자연과 많이 융합되어 있는 것은 이 시인이 시인일 수밖에 없는 재질이리라고 나는 믿는다. 한 편의 작품을 만들고 완성해가는 마무리가 훌륭하다는 얘기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제1회 수상자는 권정일 시인, 제2회 수상자는 장이지 시인, 제3회 수상자는 김중일 시인이었다. 상금은 3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2월 22일 오후 5시 인천 수림공원웨딩홀에서 진행하는 제4회 김구용문학제 중 갖게 된다. 이 자리에서는 제4회 리토피아문학상(수상자 하두자)도 함께 시상하게 되며, 시노래 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는 가수 신초아의 축하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
한편 김구용시문학상 운영위원으로는 김동호(시인), 강인섭(시인), 임강빈(시인), 장종권(시인), 임우기(평론가), 구경옥(유족)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구용 시인은?

 

구용(丘庸) 김영탁은 <신천지>에 「산중야」(1949), 「백탑송」(1950)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2001년 타계하기 전까지 그는 『시집·|』(1969), 『시』(1976), 장시 『구곡』(1978), 연작시 『송백팔』(1982) 등 네 권의 시집을 냈다. 그리고 2000년에는 『시』, 『구곡』, 『송백팔』, 『구거』와 『구용일기』, 『인연』(산문집)을 아우르는 전집을 출간했다.
김구용은 평생 전쟁·전후 체험을 토대로 한 대작들을 남겼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후 시인으로 거론할 만하다. 그는 1930년대 이상 시의 계보를 이어받아 자본주의 근대 및 서구 이성 중심주의를 불교의 원융(圓融) 사상을 비롯한 동양 사상과 서구의 실존철학이 습합된 초현실주의를 통해 넘어서고자 했다. 이상이 식민지 근대와 맞서기 위해 시에서 소설로 장르 이동을 했던 것에 비해, 김구용은 장시 형식을 개척해 전후 현실과 맞섰다. 동시대 시인들이 1930년대 시문학파나 서정주·청록파 계열의 전통 서정시를 답습하거나 서구 모더니즘을 표방한 것에 비해, 김구용의 행보는 한국문학사에 사상적·지적으로 독자적이었고 파격적이었으며 깊이 있는 것이었다.
이처럼 김구용 시인의 문학사적 위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리토피아>와 <독서신문>은 김구용 시인의 문학적 품격과 문학사적 위상을 기리기 위해 그의 타계 10주기를 맞이해 지난 2011년 ‘김구용시문학상’을 제정했다.

 

 

1회(2011년)
권정일 시인『수상한 비행법』

 

 

 

2회(2012년)
장이지 시인『연꽃의 입술』

 

 

 

3회(2013년)
김중일 시인『아무튼 씨, 미안해요』

심사평(본심) - 강우식 시인
상처난 우리들의 모습을 자연과 융합시키는 훌륭한 솜씨

나는 김구용시문학상의 심사위원이라기보다는 해마다 예심을 거쳐 올라오는 이 땅의 젊은 시인들의 시집을 읽는 재미에 이 심사에 이제껏 참여하여 왔다고 해도 좋다. 솔직히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잡지를 통해 한두 편은 읽어도 시집으로 읽는 것은 나에게는 이때가 아니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구용시문학상은 나에게는 젊은 시인들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매년 이들 시인들의 작품을 때할 때마다 느끼는 공통점은 정보의 다양함도 있겠지만 말이 많고 시가 길어졌다는 것이다. 지금도 나로서는 시가 가지는 언어적인 특성, 말을 아끼고 언어를 압축할 대로 압축하는 것을 시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거부감도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엄밀히 생각하면 이들의 창조적 행위는 나와는 세대 차이가 느껴질만큼 어쩔 수 없이 격세지감이 있는 것으로 이들이 배우고 살아가는 오늘, 하루하루가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요구하는 시대이고 수많은 정보 속에서의 시의 표출양식도 당연히 그러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긍정하는 것이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시집은 5권이었다. 심사위원들은 금년에는 예심에서 모두 1위로 올라온 작품을 이론의 여지없이 뽑기로 했다. 올해의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작은 김성규 시인의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 가나』이다.
김성규 시인의 시를 읽으며 느끼는 내 첫인상은 잔인하고 살벌한 세상 속에서 우리들의 상처난 모습이다.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하고 눈알을 파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엽기적인 삶이기도 한, 지뢰밭 한 가운데를 걸어가는 당신과 나이기도 한, 수박 한 덩이를 배에 끌어 앉고 그만한 아기를 잉태한 임산부가 언덕의 집으로 가다 그 수박을 떨어뜨리는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이 있었다.
나는 솔직히 김성규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내 젊은 시절에는 왜 이런 시를 쓰며 살지 못했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이 시인이 죽음의 끈을 시편마다 놓지 않는 것도 놀랍다. 그러면서도 시적 서술에서 자연과 많이 융합되어 있는 것은 이 시인이 시인일 수밖에 없는 재질이리라고 나는 믿는다. 한편의 작품을 만들고 완성해 가는 마무리가 훌륭하다는 얘기다.
매년 김구용시문학상을 뽑으면서 어려운 점은 젊은 시인들의 가지는 공통점에서 어떻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시인을 가리느냐의 것이었다. 김성규 시인은 나름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시인이다. 더욱 좋은 시로 우리들에게 보답하리라 믿는다. 축하한다.

2014년 1월
본심위원: 강우식(글) 박제천 장종권

수상소감 - 김성규 시인
김구용 선생의 장엄한 시 정신은 따라야 할 또 다른 길

▲ 김성규 시인

‘시여/ 둘도 없는 친구여/ 괴로움에서 건져내어 새로운 슬픔으로 안내하는가’ 김구용 선생님의 「시」의 첫 구절입니다. 그렇습니다. 시는 나의 둘도 없는 친구이며 동시에 나를 괴로움에서 건져내고 또 다른 슬픔으로 인도해주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늘 외로움 속에서 자랐고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농촌마을에서 소읍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이후 집에서 떨어져 지낸 적이 많았습니다. 자본주의의 풍요로움과 빈곤함이 도시를 덮어가고 있을 때 저는 대학에 들어왔고 혼란스러움은 밤마다 번쩍이는 술집의 네온처럼 저를 흔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시를 썼고, 그 시의 울타리가 저를 지켜주었으며 시의 안에서 자유로웠습니다. 시가 없었다면 저는 감당할 수 없는 혼란과 외로움과 괴로움 속에서 말라죽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시를 쓰는 일은 저를 살게 해주었고 또 다른 슬픔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시를 쓰면서부터 저는 슬픔에도 깊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에서의 소외 뿐 아니라 자신이 자신을 소외시킬 때,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저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개인은 힘겨운 싸움으로 자신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매 순간 전쟁을 치르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늘 패배와 승리가 있고 그에 따른 고통과 환희와 불안이 심장을 두드립니다. 김구용 선생이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전후의 상황이나 지금의 우리 시대는 근본적으로 다르진 않습니다. ‘마음은 철과 중유로 움직이는 기체 안에 수금되어’ 있고 선생님의 시가 그러했듯이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에게서 저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봅니다.
그 치욕과 비굴의 모습은 곧 나의 모습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보려 꿈틀거리는 욕망의 덩어리는 곧 나의 욕망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 기계들은 잡초의 도시를 지나 살기 위한 죽음으로 정연히 행진’(「인간기계」)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없을까 김구용 선생님은 고민했을 것입니다. 사상의 산맥으로 한 시대를 넘어서려는 그 순결하며 장엄한 시의 정신 또한 제가 따라야할 또 다른 길입니다.
김구용 선생의 시는 주제와 방법론 모든 면에서 저에게 충격을 주는 시들이었습니다. 매음녀의 참상을 드러내는 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동양의 유·불·선과 초현실주의적 정신에 이르기까지 제가 넘어설 수 없는 하나의 과제였습니다. 힘을 잃어가고 있는 마음에 하나의 과제와 백팔송을 내려주신 김구용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부족한 작품에 용기를 내라고 격려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리토피아 측에도 김구용시문학상이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쓰는 것으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합니다. 김구용 선생님의 시를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괴로울 때마다 닦아보며 시를 쓰고 정진해나가겠습니다.

 

김성규 시인은?
1977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너는 잘못 날아왔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 가나』가 있다.

<수상작품>

저습지

눈 내린 습지의 흙들이 얼어붙고
봄이 왔다 추위 속에서 굶주린 가족들이 팅팅 불은
국수를 삶아먹으며
손바닥을 비비고 있었다
어머니, 이것을 심으세요 자라면 잘라서 팔면 되니

머리카락은 심자마자 고지대로 뻗어나갔다
머리카락을 한 자루씩 잘라
가발공장에 내다파는 아버지, 자투리로
밧줄을 엮고 이불을 만들어도
하루만 지나면 온 들판을 뒤덮었다
이것들을 뽑아야 감자라도 심을 텐데
뽑아내도 머리카락은 흙 속에서 다시 싹을 틔우고
질기디질긴 넝쿨이 되어
나무를 휘어감고 언덕을 기어올랐다

무더위가 습지를 덮치자 사람들은 웃옷을 벗고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했다
가발공장 불빛들이 습지를 둘러싸고
머리카락에서 과일이라도 열렸으면……
이불은 올이 풀려 밤마다 식구들의 목을 조였지만
겨울밤은 너무나 따뜻해
아무도 꿈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말라 죽은 나무 위로 눈이 내리고 또다시
봄이 왔다 누가 처음 머리카락을 심자고 하였던가
사람들의 눈동자가 횃불처럼 타오르고
얼어 죽은 새들의 날갯죽지가
흙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던 날
머리카락처럼 끌려다니는 소녀를 바라보며
성난 자들은 언덕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툭툭 끊어지는 검은 밧줄을 악착같이 붙잡으며
굽은 손가락으로,
눈송이가 날려 보이지 않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습지 너머의 땅을 찾아

- 수상시집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 가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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