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집단들은 왜 그리 행동하는지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 著)
비밀집단들은 왜 그리 행동하는지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 著)
  • 독서신문
  • 승인 2014.01.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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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15>
▲ 작가 댄 브라운과 그의 소설 『다빈치 코드』 표지,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다빈치 코드> 포스터(왼쪽부터)

[독서신문] 이번 호의 기사로 ‘다빈치 코드’를 정해 놓았는데, 막상 글을 쓰려 하니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리가 확실히 예전 같진 않구나”라고 중얼거리며 할 수 없이 소설과 영화 <다빈치 코드>를 다시 보았다.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는데 그건 실수였다. 과정을 거꾸로 했다면 아마 ‘앗, 이 장면은 영화에 없는데?’ 하면서 냉큼 글감을 찾았을텐데, 소설을 먼저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생각보다는 ‘아, 소설의 이 장면을 영화는 이렇게 묘사했구나’라고 스스로 연상 작용을 일으키더란 것이다. 즉, 소설에만 나오는 플롯들을 혼자서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니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꽤 글감을 고민하고 이 글을 쓰게 됐음을 밝힌다.

‘예전 극장에서 봤을 때는 저런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그간 뭐가 변했나’ 곰곰이 고민해보니 이번에 필자가 고른 영화 버전이 ‘확장판’이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빈치 코드> 확장판은 확실히 극장판보다 잘 되어 있다. 여러 삭제된 장면들이 붙고 더 친절하게 설명이 붙어서 소설과의 괴리감을 크게 느끼기는 힘들었다.
극장에서 실망하신 분들이 계시다면(대부분이라 생각한다) 확장판으로 영화를 다시 접해보시기를 권한다. (기억이 맞다면) 사일러스가 오푸스데이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극장판에서는 잘려버렸다. 관객들은 사일러스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히 확장판에서는 여기에 대해서 아주 잠깐이지만 설명해주고 있다.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영적 수행을 감내하는 불쌍한 영혼이라는 것이다. 캐릭터에 대해 좀 더 애증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이렇듯 (긴 상영시간 덕에) 소설 대부분의 플롯을 살려낸 확장판 <다빈치 코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친 게 있다면 바로 중세로부터 내려오는 비밀 집단들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영화의 전개 상 이 부분을 잡아내기는 무척 힘들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이 부분이 소설 배경을 이해하는 백미 중 하나인지라 아쉬움은 피할 길이 없다.
사실 댄 브라운 소설의 핵심 중 하나가 이 비밀집단들이다. 『천사와 악마』에서는 일루미나티, 『다빈치 코드』에서는 프리메이슨, 템플기사단, 오푸스데이, 최근작 『인페르노』에서는 컨소시엄이라는 비밀집단들이 나오는데 이들에 대한 댄 브라운의 해설이 기막히다. 여기에 각종 양념들을 더해서 댄 브라운 만의 독특한 역사 추리물이 나오는 것이다.
소피의 아버지 자끄 소니에르는 영화상 프리메이슨의 두목인데 이들이 왜 다윗의 별을 숭상하고, 여성을 숭배해 왔는지에 대한 해설이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자끄와 소피가 구체적으로 왜 결별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소설에서 자끄는 어떤 중년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데 이것은 그들만의 의식이다. 남성과 여성의 건강한 합일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 사정을 모르는 소피로서는 경악할 뿐이다. 그런데 영화만 보고서는 관객들도 그 사정을 알 턱이 없다. 함께 경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오푸스데이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왜 사일러스가 그토록 자기 몸을 학대하는지 원인을 관객들은 알 턱이 없다. 단지 감으로 알 수 있기는 할 것이다.
영화다 보니 크립텍스가 두 겹으로 되어 있는 것을 표현 못한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소설에서 크립텍스 안에 또 작은 크립텍스가 들어 있어서 독자들은 두 번의 암호 해독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한 번 뿐이다.
이런 일은 별로 없지만, 소설보다 영화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꼬이고 꼰다 해도, 암호 상자 안에 또 암호 상자라니! 그것도 힌트도 없는 암호 상자를! 이건 작가가 너무 꼬았단 생각이 소설을 보면서 들었었기 때문이다.

/ 홍훈표 작가(exomu@naver.com) 
 

■자유기고가 홍훈표
·연세대에서 경제학 전공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 집필
·지촌 이진순 선집 편찬요원
·철학우화집 『동그라미씨의 말풍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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