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유지희 기자] 현대를 사는 우리는 기계의 힘 없이는 하루 한시도 편하게 살기 어렵게 돼 버렸다. 또 많은 사람들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기술이 인간 억압을 종료할 막강한 힘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이런 하이테크놀로지의 시대에서, 과연 여성의 삶과 역할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 책은 시대적 변화가 여성의 삶에 끼친 영향에 대해 꼭 해봄직한 물음들을 둘러싸고 과거와 현재, 고전 문헌과 현대 텍스트, 일상생활과 전문담론 영역을 넘나든다.
하이테크놀로지는 혁신을 통해 사회적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을 선물했지만, 그 너머에 더욱 교묘하고 억압적인 현실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이런 아이러니의 지점을, 이 책은 여성의 일상적 삶과 성 역할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개념을 '여성주의'라는 낯선 방식으로 해석하면서 한국적 맥락에 맞는 여성철학 입문을 꾀한다. 모성과 생식 문제를 다룬 제1장 '부덕'에 이어 여성의 언어생활을 다룬 제2장 '부언', 여성의 용모와 몸가짐에 대해 다룬 제3장 '부용', 여성의 노동과 기술 사용을 다룬 제4장 '부공'에 이르기까지, 과거가 과거에 그치지 않고 현재는 현재에 제한되지 않은 교차(cross)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페미니즘은 물론이고 과학기술, 생명윤리, 가족제도, 노동 문제 등 다양한 연구 영역을 자유자재로 불러내며 환기시킨다. 더불어 테크노 페미니즘과 사이버 페미니즘까지 포괄하는 최신 여성주의에 더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자유로이 넘나들고 망라한다.
■ 신사임당, 하이테크놀로지를 만나다
김세서리아 지음 | 돌베개 펴냄 | 180쪽 |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