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관리'가 여성으로서 '스펙'이 된 현실이란…
'외모 관리'가 여성으로서 '스펙'이 된 현실이란…
  • 윤빛나
  • 승인 2013.12.1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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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윤빛나 기자]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걱정 마. 시집갈 수 있을 거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형외과 광고 문구들이다. 이 문구에는 모두 못생긴 여자에게는 결혼도, 취직도, 행복한 삶도 불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미디어는 한술 더 뜬다. 촉촉하고 하얀 피부, 커다란 눈망울, 오똑한 콧날,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늘씬한 팔다리를 합성하면 '이상형의 그녀'가 된다. 미디어는 끊임없이 이런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연예인은 이를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들며, 여성들은 이를 실천한다. 그것은 여성으로서 갖춰야 할 '스펙'이 된다.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는 오래전부터 이 주제를 다뤄 왔다. 2000년대 초반 한 프로그램에서 만난 여학생들이 습관적으로 다이어트를 말하거나 쌍커풀 수술을 고민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청소년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중요 요소로 '외모 지상주의'를 포착했고, 매체 모니터링과 불법 성형 광고를 고발하는 활동을 했다. 2013년에는 '왜곡된 몸'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다르니까 아름답다" 캠페인을 벌였다. 이 책에는 그 취지에 동감한 20~30대 여성들 20명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책 1부에서 그녀들은 외모와 관련해 어린 시절 가족들로부터 받은 상처들, 친구가 무심코 던진 말이 낸 흠집들, 직장 상사의 황당한 외모 관리 요구, 전신 지방 흡입 경험과 식이 장애 등 어렵고 내밀한 이야기들을 용기 있게 털어놓는다. 다양한 수준에서 성형과 다이어트를 실천해 본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형 전후의 심리 변화,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자기 혐오 문제를 다룬다.
 
2부에는 스튜디오 사진작업을 통해 세간의 기준에서는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들의 건강한 아름다움을 담았다.
 
저자들은 인터뷰를 하면서 '외모 관리'라는 주제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친숙한 주제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질문이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활동처럼 비춰지지 않으려 고민했다고 한다. 어떤 사회의 구성원이든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이상 어느 정도는 타협하며 살 수밖에 없다. 대부분은 어떻게든 살아남는 길을 택한다. 그런 선택을 '외모 지상주의 비판'이라는 잣대로 쉽게 판단하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랙에서 벗어나는 길,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여러 인터뷰를 겪고 나니, 외모 지상주의의 이면에는 가족관계와 언어, 노동 현장과 성형 산업의 문제가 뒤엉켜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외모에 대한 무차별적인 말들, 교묘해지는 노동시장에서의 용모 차별 실태, 외모 관리가 자기 관리가 돼버린 사회에서 점점 병들어갔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자신의 몸을 미워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것이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여기지만, 사실 깨닫고 있는 "다르니까 아름답다"는 진실을 본인에게 선물해 주길 바란다. 더불어 아무 의식 없이 외모 품평을 즐기는 이 사회 분위기에 잔잔한 물결이 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 뚱뚱해서 죄송합니까?
한국여성민우회 지음 | 후마니타스 펴냄 | 210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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