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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윤빛나 기자] 지난 10월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기다리는 이들의 눈과 귀가 스웨덴 한림원으로 향했다. 영예는 캐나다 작가로서는 최초이자, 여성 작가로는 열세번 째인 앨리스 먼로에게 돌아갔다. 사실상 장편소설에 비해 홀대 받아 온 단편소설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꽤 반가운 소식이었다.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 윙엄이라는 마을에서 태어난 앨리스 먼로는 어려서부터 작가가 되길 꿈꿨다. 끝없이 쓰고 또 썼지만, 작가로 데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첫 번째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출간했던 때가 서른 일곱의 나이였으니, 그때까지 많은 거절과 좌절이 있었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디어 라이프』는 앨리스 먼로가 2012년에 내놓은 최신작이자, 절필 선언 전 내놓은 마지막 작품이다.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쓴 표제작 「디어 라이프」를 포함해 열네 편의 단편을 실었다.
「디어 라이프」 외에 2012년 오헨리상 수상작 「코리」,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며 호감을 가졌던 남자를 만나겠다는 희미한 희망을 품은 젊은 시인을 그린 「일본에 가 닿기를」, 언니의 익사 사고 후 평생을 그 기억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동생을 그린 「자갈」,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연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기차에서 뛰어내린 남자에 대한 이야기 「기차」 등이 다양한 소재로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특히 '피날레'라는 별도의 장으로 묶어놓은 네 단편(「시선」「밤」「목소리들」「디어 라이프」)은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지난날을 회고하는 앨리스 먼로의 심경을 엿볼 수 있어 먼로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저자의 단편들은 현실을 고발하기보다는, 언어로 포착하기 어려운 작중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치중한다. 그래서 특정한 사건이 왜, 어떻게 일어났느냐보다는 작품 전반의 분위기와 톤이 중요하다. 그녀는 친절하게 먼저 다가오는 작가가 아닌, 우리가 먼저 바짝 다가서야 하는 작가다.
■ 디어 라이프
앨리스 먼로 지음 |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400쪽 | 1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