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여운, 『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 著)
영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여운, 『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 著)
  • 독서신문
  • 승인 2013.10.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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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11>
▲ 작가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Jonathan Livingston Seagull(갈매기의 꿈)’ 소설 표지와 영화 포스터(왼쪽부터)  

 
 
[독서신문] 『갈매기의 꿈』은 필자의 어린 시절을 주도한 책 중 하나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외할머니댁 책꽂이 구석에 꽂혀있던 걸 2시간 만에 우연히 읽고 나서 느낀 감명은 이루 말하기가 힘들 정도다. 그 깊은 의미를 다 알 수는 없었지만 뭔지 모를 강렬한 매력에 깊이 빠져버렸다고나 할까.
 
"갈매기의 날개는 먹을 걸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날기 위해 존재한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인상적인 명언들이 마치 홍수처럼 쏟아져서 한 문장 한 문장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놓치기가 십상이다. 그러나 약간씩은 의미를 놓쳐도 될 정도로 이 책 곳곳은 풍부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어린 시절, 이사를 자주 다녔던 터라 따로 사서 보관하던 책을 읽어버렸는데 결국 새로 또 한 권을 샀다. 소장해야겠다는 강한 욕심 때문이었다. 나중에 두 번인가 또 읽어버렸는데 매번 새로 사서 결국 『갈매기의 꿈』은 아직도 내 책꽂이에 꽂혀 있다.

당시에는 이 책의 성격이 사실은 굉장히 종교적이란 것도 몰랐던 것 같다. 단지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 갈매기가 '멋지다'는 인상뿐이었다. 그리고 끝없는 도전과 탐구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어린 내게는 (지금은 다 잊혀진 자극이지만) 상당한 자극이 되어주었다.

저자 리처드 바크는 굉장히 종교적인 사람이다. 『기계공 시모다』라는 다소 엉뚱한 한글 제목으로 번역된 또 다른 소설 『Illusion』은 현대에 재림한 메시아의 이야기인데, 사람들의 관심과 열망이 부담스러워서 은둔하는 메시아 모습이 꽤 의아하면서도 흥미롭다.

『갈매기의 꿈』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혼을 구원하는 내용이다. 작가의 종교적 취향이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믿음만 있다면 누구나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확신' 정도로 이를 표현하면 어떨는지. 조금 부족한 설명이지만 말이다.
 
성인이 다 되고 나서 할 바트랏이라는 감독이 연출한 <갈매기의 꿈>을 영화로 보았다. 1970년에 책이 발표된 후, 그 즉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성직자들은 '오만의 죄'로 가득찬 작품이라며 이 소설을 맹렬히 비판했다고 하는데, 일반인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보다.

열광적인 독자들의 호응 속에서 파라마운트사가 1973년 영화화했다. 한국에서는 1980년에 개봉했다고 들었는데 비디오는 1991년에나 나왔으며, 필자는 굳이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TV에서 방영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영화 자체는 잘 만든 편이다. 대사가 거의 없어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으로 영화가 흘러가는데,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소설의 메시지 중 일부를 거의 그대로 전해주는 것에는 성공했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역시 영화만 접한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점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일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종교적'인 면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기독교나 천주교를 믿는 사람이 아님을 밝혀둔다. 그렇지만 종교 자체는 굉장히 존중하는 편이기에 이 아쉬움이 더욱 심한 것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종교적 색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으며, 그보다는 '한계의 극복'과 '사랑의 전파'라는 계몽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소설의 반쪽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지금 책을 다시 펼쳐본다. 책 곳곳에 같이 나오는 갈매기들의 사진, 그 풍부한 여운이 문장 하나하나를 읽을 때면 저절로 감미롭다. 여운이 성찰로 가득 채워져가는 그런 느낌. 아무래도 영상으로 그 여운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 홍훈표 작가(exomu@naver.com)
 
 
■자유기고가 홍훈표
·연세대에서 경제학 전공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 집필
·지촌 이진순 선집 편찬요원
·철학우화집 『동그라미씨의 말풍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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