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엘 주교 이야기 -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著)
미리엘 주교 이야기 -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著)
  • 독서신문
  • 승인 2013.09.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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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10>
▲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소설 『Les Miserables』 표지, 영화 <레미제라블> 포스터(왼쪽부터)     

 
 
[독서신문] 올해 초 최대의 화제작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레미제라블>을 고르겠다. 여기에 대해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로선 그렇다.

사실 필자가 『레미제라블』 완역본을 읽은 것은 고3 때인 1996년 범우사 판이다. 꽤 빨랐다고 자부한다. 그 때부터 『레미제라블』은 나의 인생 소설이 되어주었고, 장발장의 마지막 대사에 나오는 ‘아! 빛이 보인다’는 나의 인생 나침반이 되어주기까지 한 적이 있다. 이후 2002년인가 국내에 들어온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봤고, 영화는 쉼없이 갖가지 버전을 찾아서 봤다.

참고로 『레미제라블』의 영화화는 30여 번 이뤄졌다고 하는데 물론 이를 다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찾아서 보려는 노력만큼은 지금도 놓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필자가 가진 ‘레미제라블’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러나 소설을 읽은 지 20년이 다 되어가니 근래에 읽은 분들에 비하면 잔존 기억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이번 호에서는 온갖 자료를 되짚어서 소설 얘기를 해 보기로 했다. 물론 소설과 영화의 결정적 차이에 대해 말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미리엘 주교의 이야기다.
 
소설 초반에 막대한 분량을 차지하는 미리엘 주교의 이야기는 사실 장발장의 인생 항로와는 별로 겹치는 부분이 없다. 소설의 주인공은 물론 장발장이고, 그의 회개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미리엘 주교의 은촛대이지만, 주교의 과거 행적은 이야기 전체에 큰 방향타를 갖고 있진 못하다. 그러다보니 실사영화들에서 그의 행적을 논할 이유는 없다. 당연하다. 프랑스의 하수구 이야기나, 정치혁명 사상, 프랑스의 수도원 이야기들을 영화가 보여줄 이유는 없다. 영화는 오롯이 장발장의 휴머니즘에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소설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곁가지로 붙어버린 것처럼도 보이는 하수구 이야기나 수도원 이야기가 이야기의 디테일을 살펴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리엘 주교의 인생 행적도 그렇다. 더욱이 이를 잘 살펴보노라면 빅토르 위고의 삶을 역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빅토르 위고는 젊은 시절에는 열렬한 왕당파였다. 왕실과의 강한 친분을 과시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여러 차레의 변모 끝에 결국 열혈 공화파로 변신한다. 그리고 혁명에 대해 열렬히 지지하기도 한다. 파리 꼬뮌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꼬뮌이 붕괴된 후, 그 주도자들에 대한 처벌에 반대해 망명의 길을 떠나기도 했다.

이런 정치적 변모에 대해 학자들은 “이런 모습이 변덕스러워 보일지는 몰라도 그의 단 하나의 신조, 휴머니즘에 기반한 행동으로 바라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오로지 휴머니즘, 이 하나를 위해 다른 현실 정치에선 다양한 입장을 취했다는 분석이다.
 
아무튼 이러한 빅토르 위고의 변모는 『레미제라블』 소설 속 미리엘 주교의 행적과도 거의 닮아있다. 아무래도 빅토르 위고는 미리엘 주교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해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미리엘 주교를 통해 장발장은 회개했고, 결국 커다란 사랑을 온 몸으로 행하는 성자가 된다. 빅토르 위고가 바란 것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 자신이 성자가 되기보다는 문학이라는 자신의 도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고 신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바란 게 아닌가라는 말이다.

미리엘 주교의 행동 중에 이 장면은 그래서 특히 감명 깊다. 병원에 환자가 꽉 들어차 더 이상 환자를 들여놓을 수가 없게 됐다. 이를 본 주교가 주교관 식당을 병원에 내어준다.

“이 방에 얼마나 더 침대를 들여놓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물으며 말이다. 그리고 주교와 그의 시중을 드는 여동생, 마글루아르 부인과 함께 거처를 누추한 곳으로 옮긴다. 결국 휴머니즘인 것이다.

 / 홍훈표 작가(exomu@naver.com)
 
 
■자유기고가 홍훈표
·연세대에서 경제학 전공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 집필
·지촌 이진순 선집 편찬요원
·철학우화집 『동그라미씨의 말풍선』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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