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서 늘 노인 환자를 만나는 의사인 저자는 격리 중심의 노인 환자 대책과 열악한 노인 복지정책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그는 치매를 비롯한 각종 노인성 질환으로 요양병원에 수용된 노인 환자들의 사례를 하나하나 돌아보며, 노인 환자에게 과연 격리 수용이 최선의 선택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 의문은 지금 우리 시대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요즘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가족들과 그리고 세상과도 작별하는 가장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 나이가 점점 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의 죽음과 자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능력이 있어도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는 세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살아갈 힘과 희망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창 일을 할 젊은 몸이 이럴진대 힘은 물론 희망의 무게마저 줄어드는 늙은 몸이 살아가기에는 참 가혹하고 무서운 세상입니다. -본문 192쪽 중-
이처럼 어떤 세대든 공감할 수 있는 글귀부터, 노인들이 삶을 마무리하면서 남기고 간 흔적들까지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다. 저자는 마치 낡고 쇠락한 몸을 의탁 받은 의사가 그들의 몸과 마음을 대변하고자 하는 것 같다.
'늙음'과 '늙은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분석하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 "늙었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을 하는 현대인들의 의식에 깔린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천착하고, 노인병에 대한 의료계의 최근 경향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부정적 효과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려고 애썼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노인문제와 관련해서 노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요양병원에 격리된 노인들, 가난과 외로움으로 고통 받는 노인들 등 저자가 직접 의료 현장에서 보고 들은 목소리와 속마음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노년의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시각과 해법에서 벗어나 사회·문제적인 대안을 고민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끔 한다.
■ 나이듦의 길
김진국 지음 | 한티재 펴냄 | 328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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