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빗질을 위해 독서를 하고 육신의 빗질을 위해 운동을 하라"
"마음의 빗질을 위해 독서를 하고 육신의 빗질을 위해 운동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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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0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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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4주년 특별기획」 ‘최보기의 책 읽는 리더’ _ <4> 안희정 충남지사
박범신의 『소금』, 아버지 의미와 고향 마음에 와닿아
집무실 복도 벽면에 읽은 책 진열, 독서대학도 운영


 
▲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독서는 ‘마음을 빗질하는 일’이다. “흐트러지고 갈라진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정리하는데 책읽기는 꼭 필요하다”고 말하     ©독서신문



[독서신문]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왠지 남달랐다.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과연 뜻한 바(?) 있게 학교를 자퇴했고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그리고 1983년 고려대에 입학했다. 이때 입학한 학생들 중에 ‘사회’에 관심이 많았던, 이른바 ‘386’의 중추, 허리가 됐다.

그리고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은 그를 ‘정치적 동업자’라고 했다. 때문에 2002년부터 그의 이름 석 자가 본격적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아마도 대기업의 고참 대리거나 초년 과장 정도였을 서른 여섯, 아직은 청년이었다.

그리고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 그는 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의 실제 나이 마흔 여섯 때였을 것이다. 준수한 외모에 덧붙여 ‘사상이 섹시한 남자’로 불렸던 때가 바로 그 때였다. 그는 누굴까? 안희정 충남지사다. 독서의 계절에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안 지사가 지난 4월 충남도청 후생관 주차장에서 열린 ‘영산홍 축제’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독서신문


 
-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 있다면.

“감수성이 예민하고 사회적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때가 고등학교 입학 전후라고 생각한다. 이때 많은 책을 읽었고 삶에 깊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김학준 교수의 『러시아혁명사』,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황석영의 『어둠의 자식들』, 한완상의 『민중과 지식인』등이 기억난다. 어릴 적 우리 마을은 주로 소작인이 사는 아랫마을과 중농이 사는 윗마을이 있었는데 춘궁기 때는 아랫마을 사람들이 땅 부치는 (소작) 문제로 서로 싸우는 것을 보았다. 당시에는 그것을 이해 못하고 무심코 봤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해를 하게 됐고 그것이 (사회)운동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결국 70~80년대의 시대상황과 맞물려 책을 통해 민중 속으로, 없는 사람들과 같이 살자, 그런 것들이 삶의 목표로 자리를 잡게 됐다.”
 
- 한 달에 얼마나, 주로 어떤 분야의 책을 읽는지.

“다독보다는 정독을 하는 편이다. 한 달에 2권 전후 정도. 소설이든, 인문학이든, 사회학이든,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독서는 마음의 빗질을 위해 필요한 경우가 있고 또 사회현상의 이해라 할까, 필요에 의해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지난 7월 18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행복충남 BOOK FAIR 2013’ 행사에 참석해 직원들과 책을 보고 있는 안 지사     © 독서신문


 
- 개인적으로 독서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종교인들은 마음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기도를 한다. 저는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늘 기도는 한다. 사색과 명상이다. 그런데 그것을 잘하려면 소가 거친 풀을 먹고 되새김질 하는 것처럼 자꾸 생각의 재료들을 집어넣어야 한다. 독서가 바로 그 생각거리다. 사람이 살다보면 보충의 노력이 필요할 때가 있고 심리적으로 위축될 때도 있다. 열심히 일하다 허리춤이 풀려 내려간 줄 모르고 있을 때 얼른 당겨 올려야 하듯이 독서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안희정 도지사’를 멘토 또는 롤모델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책읽기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면.

“독서는 마음을 빗질하는 것이다. 우리 마음을 흩어지게 하는 요소들이 도처에 많다. 그것을 가만히 두고 빗질하지 않으면 (마음도) 이곳 저곳으로 흩어지게 되고, 먼지도 앉게 된다. 나중에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정갈한 주위 환경에서 올바른 생활의 태도를 발견하듯 독서는 흐트러지고 갈라진 마음을 가지런히 정리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저는 우리 청년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의 빗질을 위해 독서를 하고, 육신의 빗질을 위해 운동을 하라’고 늘 권하고 있다.”
 
- 특별한 독서비법이나 독서시간이 따로 있으신지.

“광역자치단체의 업무영역은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종합행정으로 모든 부분을 망라하고 있다. 때문에 도지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별도의 시간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생활하다 보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고, 또 신간 중에 꼭 읽고 싶은 책들이 눈에 띈다. 주로 독서카드를 만들어 활용한다. 책은 구매해 일단 책상 위에 쌓아둔다. 그렇게 하면 최소한 그것만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고, 눈에 보여야 한번이라도 더 손이 가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간이 날 때마다 본다.”
 
- 가장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평을 해주신다면.

“소설가 박범신의 『소금』을 읽었다. 『소금』은 아버지에 관한 얘기인데 두 가지 타입의 아버지가 나오는 게 마음에 와 닿았다. 가출하고 싶은 아버지와 집에서 내보내고 싶은 아버지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 뛰놀던 고향 들판을 떠올렸다. 유년시절, 제게 고향은 탈출하고 싶은 곳이었다. 끝없이 도시생활을 동경하게 만들었던 어두운 공간으로 기억되곤 했다. 그런데 『소금』은 돼지가 꿀꿀거리던 동네 고샅길, 황혼이 물들던 논산평야, 물장난 치던 강경포구의 시냇가 등 어설프게 기억으로만 존재했던 고향의 모습과 저의 유년시절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읽으면서 내내 행복했고, 잊고 있던 고향생각에 마음이 벅찼다. 고향은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풍부한 삶의 지혜가 넘치는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촌스럽고 남루하다고 생각했던 고향이 한 편의 소설을 통해 아주 멋있고 새롭게 다가오는 것에 감탄했다.”
 
 
▲ 안 지사는 충남도청 본관 5층 집무실 복도 벽면에 ‘도지사가 읽은 책’전시대를 마련해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 독서신문


 
- 남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독서는 개인의 취향과 관심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책을 권하는 일 자체가 조금 망설여지지만 제 집무실 복도 벽면에 놓여 있는 제가 읽은 책들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 주로 최근에 읽은 책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소금』을 비롯해 『동경대전』, 『정치의 몰락』, 『노자 이야기』, 『한국농업희망 솔루션』, 『웃음의 힘』,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등이 있다. 또 충남도 행정포털에 ‘도서나눔’이란 코너가 있는데 거기에 저의 추천도서 코너들에도 짧은 감상평과 함께 올려놓았다.
 
- 특별히 ‘독서대학’을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도지사의 입장에서 보니 무엇을 제안할 때, 직원들이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참고 참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그래서 자발성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처음 도청내에 독서대학을 운영하고자 할 때도 이것이 마음이 걸렸는데 독서경영을 솔선수범하시는 동양기전의 회장께서 저보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무 완벽주의자 같다. 하다보면 이걸 왜 나한테 읽으라고 하는지 뒤에서 툴툴거리는 사람도 있고 별의별 얘기도 많겠지만 결과적으로는 10명 중에 서너 명이라도 그중에서 읽으면 그 사람들이 그거 가지고 인생 더 깨우쳐서 살면 조직에도 좋고 다 좋은 거 아니겠느냐”하시길래  그 말씀에 자신감을 얻어 독서대학 운영을 시작했다. 아직도 조금 더 재미있고, 자유스럽게 참여하는 그런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또 한편으로는 자리가 잡혀 가는 것 같아 보람도 느낀다.”
 
 
▲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 어촌 가구를 찾아 어민들의 어려움을 듣고 있다.     © 독서신문

 
- 최근 출판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평소의 정책 구상이 있으시다면.

“출판 위기다, 인문학 위기다,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음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뚜렷한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년에 ‘충남문화재단’이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출판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나가면서 우수저작지원과 독서 진흥 활동도 활발히 펼쳐 나갈 생각이다. 우리 도내의 ‘이문구 문학관’, ‘박범신 문학관’ 등을 중심으로 한 문학활동도 각 자치단체에서 관심 갖도록 강조하고 도 차원에서도 지원해 왔다. 또 지난해 말부터 지역 발전 역량을 사람의 역량으로부터 출발해 보자는 생각에서 충청남도에 생존해 계시거나 돌아가신 분들을 포함한 문화예술인 데이터베이스(DB)작업을 마무리했다. 이것을 확대해 문화예술인들을 집중 지원하고 도에서 후원하는 쪽으로 문화예술정책을 해보려고 한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추천하시고 싶은 책이 있으시다면.

“『나무를 심는 사람들』과  여덟권 짜리 『다윈의 대답』을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읽을 때마다 감동이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미래를 보고 실천하는 자세도 감동이고, 나무라는 생명을 키우는 그 일의 보람이 더더욱 감동이다. 앞으로 이런 생명의 키움과 같이 하는 인생이 ‘좋은 인생’이고 ‘좋은 나라’를 만들거라고 본다. 산업화시대를 거쳐서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가는 약속이 산과 자연에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다윈의 대답』은 줄기학에서부터 발생학, 배양학까지 여러 질문들이 나오는데 이제까지 배웠던 다윈이즘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용불용설, 적자생존, 약육강식이라고 하는 이 자연법적인 진화론의 철학이 다시 한 번 되짚어져서 ‘모든 진화와 진보는 조화와 균형이다’라고 하는 것이 다윈이즘의 교훈이 아닌가하고 저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다.”

 / 최보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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