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참다운 가치 구축
꽃으로 올 때는 김경자
너
나의 가슴
꽃으로 올 때는
꽃의 뿌리로 와다오
뿌리로 아는
꽃의 향기
너
나의 가슴
꽃으로 올 때는
꽃의 열매로 와다오
열매로 보는
꽃의 빛깔
눈시린 하늘, 바다
모래밭 해당화, 해당화
바람 물결
처얼철 흘러내리는
나의 가슴
한 가지 꽃의 이름을
이해와 감상
금년은 육당 최남선 시인의 ‘한국 신시 100년’을 맞이하게된 기념비적인 해이다. 그 동안 수많은 시인들이 꽃을 제재(題材)며 소재로 다룬 작품이 소월의 ‘진달래꽃’ 이래 부지기수다. 김춘수의 주지적이며 심층심리적 ‘꽃’의 경우 성패 여부를 떠나 수많은 유형적 아류 시편들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그와 같은 주지적 이야기를 극복한 릴리시즘을 바탕으로 하는 쉬르레아리즘 수법의 “너/나의 가슴/꽃으로 올 때는/꽃의 뿌리로 와다오//뿌리로 아는/꽃의 향기//너/나의 가슴/꽃으로 올 때는/꽃의 열매로 와다오//열매로 보는/꽃의 빛깔”(제1~4연)이라는 김경자 시인의 아포리즘(aphorism, 敎訓) 물씬한 꽃의 메타포 작업은 모처럼 신선미 넘치는 역편(力篇)이다. “바람 물결/처얼철 흘러내리는/나의 가슴/한 가지 꽃의 이름을”(제5연 뒷부분)에서 화자가 의인화시킨 ‘해당화’는 시인이 상징적으로 설정한 ‘삶의 진실’의 관념적 결정체로서 “한 가지 꽃의 이름”은 확실한 국적(國籍)의 값진 연호(連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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