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史草) 게이트
사초(史草) 게이트
  • 방재홍
  • 승인 2013.07.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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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독서신문 방재홍 발행인] 사실 사건의 시작은 다른 곳에 있었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국가정보원이 불법적인 정치공작을 벌였는지 여부를 따지는 일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국정원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대통령의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상황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국회의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응한 전형적인 물타기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일이다. 사건은 사건을 낳고, 잘못은 또 다른 잘못으로 덮어졌다. 급기야 세계기록문화유산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던 한국이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이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국민들은 아연실색이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세계기록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황당한 일이다. “‘기록의 나라’에서 ‘삭제의 나라’로 재명명해야 한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사초(史草)게이트’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다. 새누리당은 대화 당사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본기록을 기록원에 넘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공격한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서 원본이 소실 또는 훼손됐을 의혹이 있다고 맞선다. 어느 누구든,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있든 국가 중요 기록이자 역사인 대통령의 회담 대화록을 훼손하는 행위는 용서될 수 없다.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한 사관들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 사초를 지켰다. 지금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권한을 가진 왕이라 해도 사초를 함부로 다루지 못했다. 조선시대에도 없던 일이 21세기 민주 국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면 그 일을 가능케 한 사고와 정치의 후진성이 창피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진상은 반드시 가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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