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의 이변… ‘뚱보 패션’ 바람
불황 속의 이변… ‘뚱보 패션’ 바람
  • 독서신문
  • 승인 2013.07.29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쿄 에세이'
▲ 이하빈 작가    
[독서신문]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닌,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다. 체형 때문에 한정된 패션만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리고 당당함까지.

일본에서는 지난 3월 거구 여성들을 위한 패션 잡지 <라.화.화>가 창간됐다. 초판 인쇄 5만부가 당일 재판을 찍어 10만부가 단숨에 팔려 나갔다. 불황에 허덕이던 잡지업계에서는 예상 밖의 쾌거로 받아들여졌다.

이 잡지는 키 170㎝, 체중 102㎏, W-95, H-116, B-111의 거구 여성이 옷맵시를 살리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그 후 일본 전국의 뚱보 여성들은 ‘새 인생을 열겠다’며 잡지 구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뚱뚱한 여성들은 몸매에 자신감이 없어서 옷을 구입하는 것조차 꺼려왔고 패션계에도 이들을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여성들은 옷을 구입하는 횟수도 다른 여성들에 비해서 현저히 저조한 편이었다. 뭘 입어도 볼품없는 몸매를 커버하기는 무리인지라 패션보다 다이어트 상품에 돈을 더 썼던 것이다. 이런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패션 잡지?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금까지 거구 체형과 관련된 패션 기사가 드물어 흔한 유행 한번 타지 못하고 그냥 묻혀 지냈을 뿐 이들 역시 누구 못지않게 멋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거구 패션에 대한 관심은 고급 백화점에까지 파고들고 있다. 도쿄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이세탄에도 뚱보 여성들을 위한 코너가 등장했다. 사이즈도 6L에서 10L까지 통통한 여성에서부터 뚱뚱한 여성까지 즐길 수 있도록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뚱보 코너를 운영하는 상점들의 점원들 역시 그곳의 거구사이즈 옷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여성들로 특별 채용됐다는 점이다. 큰 체격이지만 멋스러움을 뽐내는 점원들을 보고 용기를 내어 과감하게 도전해 보라는 의미이다. 그동안 주로 큰 사이즈의 옷은 블랙톤이 많았지만 최근 출시되는 패션들은 화려한 색상에 레이스가 달린 옷까지 다양하다. 몸매(?)를 뽐낼 수 있도록 파격 디자인 된 옷도 있다.

지금까지 날씬한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세련되고, 귀여운 스타일의 패션에 드디어 눈을 돌릴 수 있게 된 여성들. 패션 전문가들은 “블랙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분위기에 맞는 화려한 색상을 시도하면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있다. 그들의 표정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다음에는 속옷! 뚱보 패션 바람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듯하다. 지금까지 거구의 여성들은 너무 큰 가슴을 작게 보이려 작은 브래지어를 찾았지만 이제는 있는 그대로를 즐기려는 분위기다. 그야말로 ‘당당 패션’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다. 속옷 시장에도 뚱보 여성들이 불황을 이겨내는 큰 손님으로 대우 받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날씬한 여성과 뚱보 여성이 같은 색상에 같은 디자인의 패션으로 거리를 누벼도 별로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뚱뚱한 여성들의 귀여움을 앞세워 ‘거구 패션’을 선도하는 패션 전문 잡지의 인기, 그리고 패션 상점에서의 세련미 넘치는 거구 여성 점원의 등장까지. 일부에서는 뚱보 패션의 인기가 여성 상품 전반과 패션 모델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 도쿄(일본) = 이하빈(르포 작가, 동경싱싱아카데미 부원장)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