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초 하인리히는 ‘사고나 재난은 발생 전에 여러 차례의 징후가 나타나므로 이에 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해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하인리히 법칙’으로 통한다. 하인리히는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한 순간에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여러 번 경고성 징후를 보낸다.’고 주장하면서 1 : 29 : 300 법칙으로 설명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심각한 안전사고가 1건 일어나려면 그 전에 동일한 원인으로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징후들을 제대로 파악해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 예측한다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또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말로 ‘코코넛 위기(Coconut Crisis)’가 있다. ‘코코넛 위기’는 열대지방 식물인 코코넛 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에 맞아 사람들이 다치는 일에서 생겨난 말이다. 20m 넘는 나무에서 2kg 정도 코코넛이 사람에게 떨어지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이 갑자기 닥치는 위기를 ‘코코넛 위기’라 한다. ‘코코넛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론은 ‘지하철형’이다. ‘지하철형’은 수량화와 모형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인리히 법칙’과 ‘지하철형’은 복잡한 최첨단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하여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예측할 수 없는 ‘코코넛형’에 있다. ‘코코넛형’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커다란 문제는 ‘코코넛형’을 ‘지하철형’과 같이 수량화와 모형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방심 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재앙에 빠질 수 있다는데 있다. ‘하인리히 법칙’으로 분석하고 ‘지하철형’으로 수량화·모형화한다면 커다란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바른생활에서부터 중고등학교 윤리까지 줄기차게 나오는 말은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대접받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접이란 인정받는다는 말로 바꾸어도 된다. 사회나 국가도 예측이 가능해야겠지만 개인과 개인 관계에서도 예측은 가능해야 한다. 대접하고 대접받고 인정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마음이다.
어느 신문사 기자가 먼 곳에 있는 시인 집을 방문하기로 시간 약속을 하고 방문길에 나섰다. 예정보다 2시간쯤 일찍 도착하여 초인종을 눌렀더니 그 시인은 노발대발 난리가 났다. 약속한 시간에 정확하게 다시 오라는 말과 함께...... 밖에서 기다린 기자는 정확한 약속시간에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그 시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반갑게 맞아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난 당신과 같은 손님이 오면 반갑다. 당신이 오길 많이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 사건 이후 그 기자는 어느 곳에서나 약속시간에 정확하게 모습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시인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하고 음식준비하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잘 대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불쑥 나타난 것이다. 대접을 잘 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내가 대접하고 싶은 마음=타인에게 대접받고 싶은 마음’은 같아야 한다. 이는 상대가 예측 가능하도록 행동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내가 중요한 사람으로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상대방이 준비할 시간을 줘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에 이르기까지 품위 있고 우아하게 멋지게 살려면 서로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 편집위원 검돌(儉乭)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