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앤서니 보개트는 전 세계의 약 1%의 사람이 무성애자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다. 논문이 화제가 되자 CNN은 인터넷을 통해 성 정체성과 관련된 여론 조사를 했고, 무려 6%의 사람들이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대답했다.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렵지만, 무성애가 우리 주위에 실제 존재하는 성애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보여 준다.
책은 이렇게 최근 들어서야 수면 위로 떠오른 무성애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고, 실제 무성애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담았다. 하지만 무성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그저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섣불리 판단하면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무성애는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것이어서, 그 정의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무성애를 역사적, 생물학적, 사회적 측면에서 고찰할 뿐만 아니라 무성애라는 정체성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성애를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인도한다.
무성애자는 금욕을 지향하는 이성애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성욕을 억지로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성적 매력을 쉽게 느끼지 못하고 성에 관심이 없는 것일 뿐이다. 성애가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것과 반대되는 무성애는 하찮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무성애자들만을 위한 것도, 이들을 연구하는 학자들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독자들이 자신과 성적으로 다른 세상을 들여다보고 배운다면, 전반적인 관용과 포용력이 증대될 수 있다. 동성애를 통해 이성애를 이해할 수 있듯, 무성애를 통해 성애 전체를 폭넓게 비교할 수 있다. 무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무성애자의 관점에서 성이라는 세계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 무성애를 말하다
앤서니 보개트 지음 | 임옥희 옮김 | 레디셋고 펴냄 | 300쪽 | 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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