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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 프랑스 북 투어를 하면서 노르망디 부둣가 근처 100가구 정도 사는 작은 동네를 방문했다고 한다. 서점이 없는 마을의 교회도서관에 들어서니 40~50명의 사람들이 극동의 이름 없는 작가를 맞이했다. 그들이 자신의 책을 미리 읽고 참석한 것도 고마운 일인데, 질의응답 시간에 한 주민이 “당신의 소설을 보면 부둣가, 벽돌공장 등 노동공간이 많이 나오는데 당신에게 노동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작가는 그 순간 ‘독서의 저변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하는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작은 마을의 사람들도 낯선 외국인 작가와 작품을 존중하는 이런 환경이 프랑스를 세계에서 가장 강한 문화의 나라로 만든 진짜 이유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동네서점에서도 저자와의 만남 기회를 마련하는 등 독서 인구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갑을 관계’가 논란이다. 출판계도 거대 자본의 상업논리에 좌지우지된다. 얼마전 불법 사재기 행위가 또 드러나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사재기는 작가와 독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사기행위다. 어려운 때일수록 정도(正道)를 지키라고 했다. 사람을 존중하고, 신뢰를 지키는 기본을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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