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환(시인·종로구 견지동 87-1)
참외나 수박 서리 막는다고멀거니 건너다보지만 헛다리짚던
농심農心 이따금 골안개 덮고
오수에 빠지는 여름 와방
낮이면 자리 빌리자고 고분고분 들어선
들바람 골바람 잠자리 떼 막상
판 별여 비나리칠까 싶어
까치체 돌리며 눈맞춤 박으며
제출물에 흥얼흥얼 짓쳐대고
밤이 깊어가면 철만나 기 오른
매미 개구리 별들 내통해서 모여
월령가 합창 얼싸얼싸 뽑으며
버꾸놀이 벌겋게 푸는 가설무대
허나 시절 나서 드레 썩 여문
추억들 낙막하게 옹그리고 앉아
해질 녘 노을을 덧방붙이거나
먼 풍경소리만 벼름벼름 더 깊이
귀재며 석고 있는 경지
언뜻 사위하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점점 취해가는
혼자씨름 낙막락樂幕樂 아니겠는가.
-홍천강가 원두막에서 피서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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