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이야기
보약이야기
  • 정윤봉
  • 승인 2007.09.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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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봉(율한의원 원장)
▲ 정윤봉     ©독서신문
한의사로서 일반인들의 한약 특히 보약에 대한 인식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한의학적인 치료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은 ‘허즉보 실즉사(虛則補, 實則瀉)’이다. 부족하면 채워주고 남는 것은 빼내는 것이다. 보약은 오장 육부의 허실을 살펴 허한 곳을 보해 치료하는 좁은 의미의 보약과 건강을 유지시키며 질병을 예방하는 넓은 의미의 보약으로 나눌 수 있다.
 
 
보기약(補氣藥), 보혈약(補血藥), 보양약(補陽藥), 보음약(補陰藥)

좁은 의미의 보약은 우리 몸의 음양기혈(陰陽氣血) 중 허한 부분을 찾아 이를 북돋아주어 몸의 정상적 활동을 도와주는 약에 해당된다. 이렇게 보자면 보약은 크게 보기약(補氣藥), 보혈약(補血藥), 보양약(補陽藥), 보음약(補陰藥)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보기약을 쓰는 경우는 기운이 없고 쉽게 피로하며 온 몸이 나른하고 식은땀을 잘 흘리고 맥이 약하고 입맛이 없으며 설사를 하는 경향이 있을 때이다. 보혈약은 몸 안의 혈액이 부족하여 안색이 누렇고 말랐으며 손톱과 입술이 창백하고 머리가 자주 어지러우며 여자의 경우 월경량이 적거나 불규칙적인 경우이다.
보양약은 에너지가 부족하여 허리 아래 부분이 차고 허리와 무릎 등이 마르고 약하며 정력 감퇴, 조루증, 야뇨증, 유정 등이 있는 경우에 쓴다. 보음약은 몸을 구성하는 물질이 부족하여 몸이 마르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피부가 몹시 건조하며 마른기침을 잘 하고 열이 나며 뺨이 붉어지고 손바닥과 발바닥이 화끈거리는 경우에 쓴다.
 
 
피곤하면 무조건 보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피로감을 자주 느끼면 무조건 몸이 허하다고 생각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원활한 기혈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인체가 건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체는 긴장하게 되고 이곳저곳에서 기운이 정체된다. 기운이 몰리는 곳이 있게 되면 반드시 부족한 곳이 생기게 되고 특히 머리쪽이나 내장쪽으로 기혈이 부족하게 되면 피곤하거나 몸이 허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피곤하다고 보약을 먹으면 힘이 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럴 때는 뭉쳐 있는 곳의 기운을 소통시키는 치료를 통하면 자연적으로 부족한 곳으로 기혈이 인도되고 피곤함이 풀리게 된다.
 

녹용이 들어가면 무조건  좋다?

한약 중에서 특히 녹용은 효력이 굉장히 빠른 약이다. 녹용은 최상의 영양제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보약이나 시판하는 알부민제제로 효력이 없는 노인들도 녹용을 잘 사용하여 처방을 내면 당장 효과를 보기도 한다. 골격의 성장이 더딘 소아나, 하혈 몽정 정력감퇴 요실금 야뇨 같은 비뇨생식계통 질환이 있는 허약자나, 수척한 노인이나 산후 보혈에는 적격이다.
하지만 동물성 약재이므로 어느 정도 소화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허약한 사람이라 해도 위장이 약하다면 소화 기능을 돋우는 약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보약을 먹으면 힘이 펄펄 난다?

많은 사람들이 보약을 먹으면 정력이 왕성해지고 힘이 펄펄 나야한다고 여기지만 대부분의 보약들은 은근한 힘을 발휘한다. 동의보감에 나온 수명을 연장시켜주고 보약의 개념을 가지는 연년장수약(延年長壽藥)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장복하여 꾸준하고 지속적인 효능을 발휘하는 것들이 많다. 이러한 보약들은 미리 올 병을 예방하고 질병에 대해 대항할 힘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새나간다?

보통 ‘한약을 여름에 먹으면 땀으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여름에 먹으면 안된다’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잘못된 속설이다. 대표적인 보약재인 황기를 예로 들면, 더운 여름 몸을 보하기 위해 삼계탕에 넣어 먹는 황기는 여름철 몸 밖으로 새는 기운을 막고 땀이 과도하게 나는 것을 막아준다. 한약은 쓰는 계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증상이 있는 시기가 약을 써야하는 시기이며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다.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이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의술은 이미 병이 된 것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병이 되지 않은 것을 치료한다는 의미이다. 좁은 의미의 보약이 보기약(補氣藥), 보혈약(補血藥), 보양약(補陽藥), 보음약(補陰藥)이라면 넓은 의미의 보약은 건강을 유지시키며 질병을 예방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밥이 보약이다. 잠이 보약이다. 운동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처방에 의한 보약뿐 아니라 생활관리 식이관리 운동관리 모든 것이 말 그대로 보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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