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로의 활약과 대중의 호응 - <쾌걸 조로>와 『카피스트라노의 재앙』(존스톤 맥컬리 著)
조로의 활약과 대중의 호응 - <쾌걸 조로>와 『카피스트라노의 재앙』(존스톤 맥컬리 著)
  • 독서신문
  • 승인 2013.05.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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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안 나오는 원작 이야기 <3>
▲ 1919년 존스톤 맥컬리이 연재한 『카피스트라노의 재앙』 표지(왼쪽)와 2009년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쾌걸 조로』 표지    

 
 
 
[독서신문] 멋진 모자와 마스크, 흑마에 뛰어난 검술까지. 매력 넘치는 캐릭터 <쾌걸 조로>!

타이론 파워나 알랭 드롱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월트디즈니 드라마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몫이 크다. 더욱이 1998년 개봉한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마스크 오브 조로>가 국내에서 흥행하기도 했다.

영화나 뮤지컬, 연극, 애니메이션 등으로 수없이 변주될 만큼 조로 이야기는 인간 심성을 꿰뚫는 어떤 원형을 갖고 있다. 약간 삐딱한 성격이지만 엄청난 부자, 하지만 밤이 되면 정의의 사도로 변신하는 영웅의 이야기. 조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배트맨> 역시 세계적 인기를 누린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쾌걸 조로>도 소설이 원작이다. 1919년 존스톤 맥컬리가 연재한 『카피스트라노의 재앙』이 그 시작이다. 이 이야기는 엄청난 인기를 끌어 즉시 영화화됐고, 맥컬리는 이에 자극받아 이후 65편이나 되는 ‘조로 이야기’를 써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6년 어문각이나 1979년 계몽사 등에서 어린이문고판으로 낸 적은 있지만, 제대로 완역본이 나온 게 2004년이 되어서였으니, 이해할 만하다. 이 완역본조차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말이다.
 
살펴볼 때, <쾌걸 조로>는 명백히 대중소설이다. 문학적 필치나 성격묘사는 별로 안 보인다. 단지 돈 디에고의 허약한 모습과 조로의 활약, 이를 둘러싼 악당들의 갈등을 묘사한 직설적 문장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원작소설을 보면 (흔히 알려진 것과 다르게) 돈 디에고는 스페인 유학을 갔다 온 적이 없고, 처음부터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다. 단지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을 뿐이다.
마스크야, 영화의 설정을 되레 맥컬리가 나중에 거꾸로 소설로 가져온 것이지만 스페인 유학 부분은 생각할 거리가 있다. 이 소설이 받는 비판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그 비판이란 바로 원주민과 이주민의 인종차별을 암암리에 드러냈다는 것. 이사벨 아옌데가 미국조로재단의 청탁으로 다시 쓴 2005년 『엘 조로』는 그나마 낫다고 하니 기대할 만하다.

 

▲ 영화 포스터들. 1940년 개봉작(왼쪽)과 1998년 개봉작  

 

변화를 만들어가는 힘

아무튼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반란 과정이다. <쾌걸 조로>의 시대적 배경은 캘리포니아가 스페인 식민지일 때다. 영화에서는 캘리포니아의 독립에 조로 한 사람의 활약이 크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영웅의 이야기를 담으려다보니 그렇게 됐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소설에서 묘사된 과정이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조로는 마지막에 거의 생포될 위기에 처한다. 이런 조로를 구한 것은 바로 당시의 청년들이었다. 조로의 활약을 통해 깨우친 청년들이 불의한 현실을 바꾸자고 다 같이 일어난 것.

즉 압제를 펼치는 스페인 총통을 물리친 것은 조로 한 사람의 힘이 아니었다. 캘리포니아가 압제를 떨치고 자유민주주의 미 합중국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대중의 힘이 컸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이 나서서 영웅에게 호응하는 장면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도 나오는데 여기 묘사된 장면이 오히려 원작 <쾌걸 조로>의 그것과 가깝다.
 / 홍훈표 작가(exomu@naver.com)
 
■ 자유기고가 홍훈표
·연세대에서 경제학 전공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 집필
·지촌 이진순 선집 편찬요원
·철학우화집 『동그라미씨의 말풍선』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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