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편지-공부열광 _ <14> 내가 가는 게 길이다
아빠의 편지-공부열광 _ <14> 내가 가는 게 길이다
  • 독서신문
  • 승인 2013.05.1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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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내가 먼저 가면 길이 된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은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희망은 땅 위의 길과 같다. 원래 땅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었다.’
 
루쉰의 소설 『고향』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루쉰은 중국을 대표하는 문학가이자 사상가입니다. 『광인일기』와 『아큐정전』이 대표작입니다. 정치논리에 따라 중국에서는 과대포장되고, 대만에서는 평가절하되기도 했지만 그의 문학과 사상에는 허위를 거부하는 정신과 현실에 뿌리박은 강인한 사고가 뚜렷하다는 시각입니다.

루쉰은 중국 저장성 사오싱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13세 때에 아버지가 죽고, 할아버지가 뇌물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집안이 몰락합니다. 그는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해군학교와 철도학교를 다니면서 신학문에 눈뜨고 국비유학생으로 일본 유학을 합니다. 센다이의학전문학교에 다닐 때 강의시간에 중국인 처형 영화를 보았습니다. 분노한 그는 자퇴를 합니다.

가정 형편상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교사와 교장, 교육부 공무원으로 일합니다. 그러나 유학 때 생각했던 뜻을 펼치지 못하는 현실을 안 그는 무기력증과 자조 상태에 빠집니다. 이런 그가 디시 힘을 얻어 문필 활동에 전념하게 된 계기가 마련됩니다. 그가 1923년 발표한 『외침』의 서문에 나옵니다.

친구로부터 잡지 원고를 청탁을 받은 루쉰은 거절을 합니다.

“예를 들어 철로 지은 방에 창문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 보게. 그 방에서 깊은 잠에 빠진 사람은 곧 숨이 막혀 죽을 것일세. 그런데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죽는다면 죽음의 슬픔을 모를 걸세. 그런데 지금 자네가 큰소리를 쳐서 잠이 깊게 들지 않은 몇 사람을 깨운다면 그 사람들은 불행한 죽음의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일세. 이것이 그들에게 오히려 미안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친구는 반문합니다. “그러나 몇 사람이 깨어난 만큼, 철로 된 견고한 방을 무너트릴 희망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잖은가.”

루쉰은 친구의 말에 수긍했습니다. 곧바로 글을 썼습니다. 1918년에 쓴 그의 첫 번째 단편소설 『광인일기』입니다. 조그만 가능성이 있으면 실천해야 합니다. 루쉰은 현실은 깜깜하지만 희미한 불빛이라도 밝히면 사회를 계몽할 수 있다고 믿고, 다시 실천한 것입니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직전에 고교야구 최고 인기학교는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였습니다. 이 학교 야구부는 줄곧 게임에서 끌려가다 9회말에 극적인 뒤집기 승리를 자주 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작은 희망을 믿고 노력한 결과였습니다.

요즘 사업하는 사람은 특히 어렵다고 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모른다고 합니다. 며칠 전 만난 출판인도 “이것도 안되고, 저 방법도 안된다”며 마케팅 방법을 찾지 못해 암울해 했습니다. 그러나 한 사업가는 긍정적인 말을 했습니다. “불황임은 분명하다. 기대했던 제품의 판매가 극히 부진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제품이 어느 정도 팔리고 있다.” 그는 일단 시도를 해야 됨을 강조했습니다.

루쉰이 말한 것처럼 희망은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루쉰의 메시지에는 분명한 게 있습니다. ‘희망은 찾고 만드는 사람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글쓴이 이상주는?
『세종의 공부』 저자다. 역사작가이고 조선왕실 전례위원이다. 북(BOOK) 칼럼니스트로 각종 글쓰기, 책쓰기 지도를 한다. ‘이상주글쓰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10대가 아프다』, 『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왕의 영혼, 조선의 비밀을 말하다』 등이 있다. http://www.이상주글쓰기연구소.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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