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함께한 그 해
토끼와 함께한 그 해
  • 독서신문
  • 승인 2007.09.0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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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탈을 열어줄 하나의 열쇠
아르토 파실린나의 '토끼와 함께한 그 해'
▲ 토끼와 함께한 그 해     © 독서신문
무인도라는 곳,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기에 그 안에 홀로 있다면 외로움에 몸부림 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매일매일 사람과 맞부딪히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어찌보면 파라다이스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 틀어박혀 원시생활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 찌든 우리들에겐 산소와 같은 생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선뜻 그 같은 생활을 선택하지 못한다. 작게는 가족들부터 크게는 사회적 책임 때문에라도 현실에 묶여 일탈을 포기하고 만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일탈의 계기를 항상 꿈꾼다. 복권에 당첨 된다던가, 해외여행 상품권이 생긴다던가 한다면, “당장이라도 떠나가리라” 하며 미소 짓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계기들, 너무 세속적이고 현실에만 목 매는 느낌이 든다.
 

일탈의 계기란 우리의 주변에 가득 차 있다. 단지 우리의 눈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일 뿐.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보며 훌쩍 여행을 떠올릴 수도 있고, 손을 잡고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아내와의 여행을 꿈꿀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성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것은 그다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타넨에게 찾아왔던 어린 토끼처럼 말이다.

 

아무짝에 쓸모도 없는 가십거리를 취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바타넨. 그의 주변엔 아무런 희망도 없이 홀로 외롭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집에 있는 아내도, 옆에서 같이 취재를 하는 파트너도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취재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바타넨은 토끼 한 마리와 교통사고라는 이름으로 조우하게 된다. 토끼를 안아 든 바타넨은 동료의 부르짖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내팽게치고 토끼와 함께 숲으로 들어간다. 자신이 묶여 있던 굴레를 모두 다 벗어던진 것이다.

 

바타넨은 토끼와 함께 초야에 묻혀 벌목 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 도시에서와는 달리 식욕도 왕성해지고 체력도 나아진다. 가끔 들른 도시에서 바타넨은 인간에게 실망만을 느낀 채 돌아서고 만다. 반면 핀란드의 울창한 숲에서는 집을 수리하고 나무를 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알게 모르게 강인한 힘을 얻게 된 바타넨은 어느 날 밤, 집에 들어와 먹을 것을 훔쳐 먹던 곰에 물리게 되고, 복수심에 사무쳐 몇날 며칠을 추격해 소련과 핀란드 사이의 국경마저 넘게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곰에 대한 저항이 극에 달한 추격 신은 마침내 총성이 울려 퍼지며 장렬하게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의 묘미는 행간 행간에서 이유 없이 터져나오는 탄식 섞인 웃음이다. 전작을 통해 현실 풍자를 블랙 유머를 통해 능숙하게 표현해냈던 아르토 파실린나의 서술은 이번 작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핀란드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라는 애칭은 괜한 명성이 아니였다. 바타넨이 떠나온 세상들, 즉, 우리가 아웅다웅하고 살아가는 현실들은 바타넨의 한발짝 떨어져 나온 시선 속에서 철저하게 뭉게져 버리고 우매하게 비춰진다. 그들의 삶은 너무나 몽매하여 웃음을 자아내게끔 한다.

 

결국 바타넨은 행복한 미래를 찾아버렸다. 억지로 살아가기 위해 닫아 놓았던 희망찬 미래의 문을 토끼라는 열쇠로 열어버렸다. 모든 벽을 부수고 나아갔던 바타넨과 토끼의 행방은 아마도 행복한 숲 속에서 영원하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자신의 토끼를 찾기 위해 발버둥칠지도 모르겠다. 그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의 토끼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 모두가 바타넨처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았으면 하는 소망을 빌어본다.

 
토끼와 함께한 그 해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 박광자 옮김 / 도서출판 솔 펴냄 / 215쪽 / 9,500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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