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드라마의 ‘불편한 진실’
한류 드라마의 ‘불편한 진실’
  • 독서신문
  • 승인 2013.04.0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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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에세이'
▲ 이하빈 작가    
[독서신문] 한류가 식었니, 어쩌니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적어도 일본 '아줌마 부대' 사이에서의 붐은 여전히 따끈따끈 진행형이다. 수다쟁이 일본인 친구들을 만나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한류 드라마로 쏙 빠져들었다가 아쉽게 다음 만남을 기약하곤 한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으레 한두 번씩은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곤혹스런 질문을 받는다. 한류 드라마가 한국에 대한 오해를 낳는다? 뒤돌아 설 때는 늘 기분이 찜찜하다.

"한국의 부모는 자녀의 결혼 문제에 대해 목숨을 걸고 관여하는 것 같은데 자녀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냐?", "부모가 화나면 자녀들의 따귀를 때리는가?", "며느리들은 시댁 식구가 싫어서 시금치('시' 자가 들어가서)도 먹지 않는다는데 고부간의 갈등이 그 정도냐?", "한국의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괴롭히는 존재이고, 맏며느리는 결혼과 동시에 시댁의 종이 되는 것 같다" 등.

마당에 놓여진 운동 기구 옆의 수도에서 세수를 하는 모습, 그리고 마당 둘레로 이어진 여러 개의 방. 드라마에서 자주 접하는 한옥 장면에 대해선 "그런 집은 맨션인가 , 다세대 주택인가? 한국 사람들은 주로 그런 곳에서 많이 사는 것 같다"며 의문을 넘어 사실 확인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넓적한 그릇에 냉장고에 있던 모든 반찬과 밥을 넣고 비벼서 온 가족이 앉아 먹는데 무슨 맛이 나는가? 한국 라면을 먹으려면 냄비 뚜껑부터 준비해야 하느냐?", "한국에서는 아무데서나 유턴을 해도 되는가?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화가 나면 아무 곳에서나 유턴하고 스피드를 내서 질주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그 때마다 간담이 서늘해 진다." 이쯤되면 얼굴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것보다 훨씬 가볍게 떠나는 유학, 부부싸움이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점. 우리들의 눈에는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아는데 일본 아줌마들은 이 모든 것을 '한국의 진실'로 '확신'하는 눈치다.

일본의 장수 드라마 중에 일요일 저녁 6시에 방영되는 에니메이션이 있다. 수십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가족드라마이다. 결혼한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한 가정을 중심으로 그려진 이웃과의 사랑과 예절을 배울 수 있는 내용이다. 조부모에 대한 예의,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는 부모의 가정 교육, 어떤 일이 있으면 가족 모두가 모여서 의논하는 모습, 교훈적이지만 결코 웃지 않을 수 없는 재미도 있다. 그 어디에도 과장되거나 억지가 없는 아주 자연스러운 내용이다. 그야말로 쿨해서 롱런하는 것이다.

일본에 온지 5년이 지난 후부터 한국 위성방송을 설치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기를 바라서였다. 한국의 할머니 집만 생각하고 있는 아이는 "드라마 속의 집은 정말 궁궐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또 "결혼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거의 차를 갖고 있다"며 자신도 한국에 가면 그렇게 살 수 있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적어도 외국에 사는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하지 않는, 좀 더 보편적인 진실에 가까운 내용을 드라마로 표현하기에는 시청률이 문제일까? 지나치게 양극화된 사회 모습만 부각시키는 한류 드라마를 통해서 과연 외국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 투성이의 한류 드라마는 멀리 보면 분명 국익에 마이너스일 텐데…. 고리타분한 말이지만 좀 더 멀리보고 차분히 한류를 이끌어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단단한 한류를 정착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늦지 않았다. 배용준을 보자. 그 끝없는 인기 비결 중 하나는 그가 한국의 진정한 문화를 알리려고 노력했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그가 직접 전국의 장인들을 찾아가 배우고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의 것을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 그런 노력들이 이제는 한류 드라마 속에서도 조금씩 묻어나오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 도쿄(일본) = 이하빈(르포 작가, 동경싱싱아카데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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