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사건’을 모티브한 정치콜걸 이야기
‘정인숙 사건’을 모티브한 정치콜걸 이야기
  • 김경배
  • 승인 2013.03.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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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색계’의 저자 정현웅을 만나다
 최근 강원도 한 별장에서 일어난 '성접대 의혹 스캔들'로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건설업자가 고위층에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과 여기에 불려나온 접대녀들로 연예인이 거론되면서 사건은 대형 스캔들로 비화될 조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해야 할까? 지난 70년대에는 ‘정인숙 사건’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그 사건을 모티브로 2000년대 중반 헤럴드경제에 연재된 `야색계(野色計)`는 강도 높은 묘사와 정·재계에 대한 풍자로 연재 당시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2년6개월의 연재기간 동안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총 17회의 경고조치를 받고 국회 감사장에서 야한 것을 트집 잡는 일까지 겹치면서 2006년 11월30일 691화를 마지막으로 연재가 중단됐다.
그 ‘야색계’가 10년 만에 단행본으로 독자들에게 새롭게 선을 보였다. 시점도 묘하다. ‘성접대 의혹 스캔들’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발간돼 독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편집자註)
 
 
▲ ‘정인숙 사건’을 모티브한 정치콜걸 이야기를 다룬 소설 '야색계'의 저자 정현웅     ©독서신문
-『야색계』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공교롭게도, 『야색계』가 출간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야색계』의 내용과 유사한 별장스캔들이 터졌네요. 이번 별장 스캔들을 떠나,『야색계』가 신문에 연재 당시 굉장한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아는데 어느 정도였습니까?
 “어느 정도인지는 실감할 수 없었으나, 기업인들을 만나면 꼭 그 소설을 언급하면서 읽고 있다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헤럴드경제가 경제지였던 만큼 기업인들이 독자였던 것 같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기사는 안 읽고 오로지 야색계 때문에 헤럴드경제를 읽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 헤럴드경제에 『야색계』를 연재할 당시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야색계』책 소개를 해주세요.
 “『야색계』는 70년대 정인숙 사건을 현대 시점으로 재구성한 한국판 정치 콜걸, 또는 성상납 이야기로 소설 속의 주인공 나인숙은 여배우 출신으로 거물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을 상대하는 고급 갈보입니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골프와 섹스, 정치인과 경제인의 정치자금과 비자금을 비롯한 돈거래 문제, 성상납 문제, 그리고 주인공이 배우와 매니저라는 점에서 연예계의 뒷모습을 낱낱이 보여주게 됩니다.”
 
- 당대 연재되던 유명 소설이나 만화가 단행본이나 드라마화, 영화 등으로 진행된 것에 비해 완결작 발표가 늦었는데 다른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본 소설이 연재되는 2년 6개월에 걸쳐 17번의 경고 조치를 받았던 것으로 압니다. 경고란 신문윤리위원회에서 너무 야하니 절제해 달라는 통고였는데, 법적으로 통제권한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참고로 해달라는 제도였지요. 국회 감사장에서 야한 것을 트집 잡는 일까지 겹치면서 소설이 중도에 중단되어 버려서 한마디로 김이 세어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출간할 생각도 하지 않은 체 방치해두었다가 최근에 바로북(L&B books)에서 출간 의사가 있어 단행본으로 내놓게 된 것입니다. 본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가 되려면 아마도 본 책자의 판매 현황이 말해줄 것으로 보여집니다. 소설을 연재할 때처럼 독자들의 호응이 높으면 다시 영상으로 내놓을 계획도 있습니다.”
 
▲     © 독서신문
- 연재 당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언급될 정도로 수위에 관해 문제가 되었습니다. 따로 의견을 밝히신 적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심정이었나요?
 “문학평론가도 아니면서 국회의원이 소설의 표현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특이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야하다는 것은 성적인 묘사가 직접적이고 과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창작분야의 영역이지 국회에서 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정성 논란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오늘날같이 인터넷 등 영상 산업이 활성화되어 있는 시대에 조선시대 같은 논조로 따지는 것은 시류에 맞지 않은 발상입니다.”
 
- 혹자는 이 소설이 단지 야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민감한 정치 비리, 정재계 성상납 등을 다뤄 특정인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더 문제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런 생각을 해보긴 했으나 심증만으로 뭐라 대답할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이어서 묻겠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외압으로도 느껴질 법한데, 그러한 국정감사장의 논란이 한동안 글을 쓰시지 않았던 것과 연관이 있었나요?
 “그런 문제로 절필하거나 한 것은 아니고, 영화제작을 한다고 외도를 하는 바람에 소설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못한 것입니다.”
 
- 책의 서두에서 ‘차타레이 부인의 사랑’을 언급하실 정도로 문학의 예술성에 대해 언급하셨던 것으로 아는데, 소설에서의 수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신지요?
 “영국에서 차타레이 부인의 사랑이 출간되었을 때 선정성 논란이 되면서 금서가 되었다고 합니다. 19세기 영국으로서 가능했던 일인지 모르겠지만, 왜 그 문제를 언급했느냐면, 선정성 논란은 시대에 따라 그 척도가 달라진다는 뜻이지요. 지금은 영국은 물론이고 여러 국가에서 문학전집으로 분류해서 읽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19세기 조선이 아닌 이상 소설의 표현을 놓고 선정성을 논하는 것은 후진성을 면할 수 없다는 뜻에서 한 말입니다.”
 
- 『마루타』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는데요, 당시 얼마큼 화제가 되었었나요?
 “그 당시에 화제가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나의 대표작을 마루타라고 할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마루타는 나에게 돈을 많이 벌게 해준 것도 사실이고, 유명하게 해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은 <외디프스의 초상>과, MBC에 24부작 미니시리즈로 방영되기도 한 <전쟁과 사랑>이라는 소설입니다. 그런데 마루타가 사회적으로 이슈를 받고 워낙 많이 팔리다 보니 사람들이 그것을 저의 대표작으로 인정해주는 것 같습니다.”
 
- 최근 중국에서 일본에 대한 노골적인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마루타』류의 작품이 다시 붐이 일고 있다고 하던데, 영화나 드라마 등의 계획이 있으신지요?
 “약 10년 전에 마루타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정지영 감독과 함께 같이 영화사를 차려서 준비했던 일이 있습니다. 덩치가 너무나 커서 투자가 들어오지 않아 6년이라는 시간을 끌면서 시드머니 10억 원을 소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영화사를 접었는데도 최근에 영화투자 의사를 밝히는 투자사가 있고(전체 제작비가 아닌 일부 투자),  최근에는 TV방송국 담당자들과 드라마로 만드는 것을 상의하는 중에 있습니다. 중국의 드라마 제작사에서도 군침을 삼키면서 교섭해 오고 있는데, 지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어떤 결과로 결론이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 최근 별장 스캔들이 터져 시끄러운데, 『야색계』를 읽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책의 내용 중에 이번 별장 스캔들과 꽤 유사한 면들이 있습니다. 『야색계』 역시 실제 주제는 성상납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정·재계의 풍자와 추악한 이면의 고발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와 재계의 고위층 성상납 문제라든지 비자금 문제, 그리고 정치 자금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닙니다. 악폐이기는 하지만, 정권이라든지 국가 권력이 존재하는 곳에는 고금을 통해 어느 시대나 어느 사회에서나 있어왔던 일입니다. 다만, 그 일이 너무 심각해서 국가를 패망에 이끈다든지, 국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소설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은 단순히 흥미 위주 때문만은 아니고, 그런 폐단을 질책하고 경고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과거 정인숙 사건을 모티브로 이 소설을 썼는데, 약 40년 전에 있었던 성상납이나 섹스 스캔들이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한탄스러운 일입니다.”
 
- 『야색계』를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제작되어진다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싶으신지요?
 “야색계를 영화나 드라마로 만든다면, 특히 드라마로 제격인데, 정치 경제의 부조리를 건드리는 문제라서 그 시점을 제3공 시절의 정인숙 사건 시점에 맞춰 과거로 돌아가 정인숙 정치 스캔들로 다루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치와 경제의 돈거래와 정치자금, 고급 콜걸의 이면을 그리는 것인 만큼 부조리한 지도층 인사들의 비판도 될 것입니다.”
 
- 소설가로써 앞으로 하시고 싶은 일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는 소설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 가지 말하고 싶습니다. 예술가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그런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사실 본인은 모릅니다. 그런데, 본능적인 것으로, 또는 어떤 경로든지 자신이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이미 그런 재능이 있고 끼가 있다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야색계를 읽는 독자들에게 덧붙여 말씀드린다면, 본 소설에서 직접적인  성 묘사에 당황해 할 독자도 없지 않아 있을 것입니다. 그 직접 적인 묘사가 추함을 드러낼 경우라면 그것은 문학이 아닐 것이고, 그것이 심미적이든 미학적인 감각의 표현으로 느껴진다면, 예술일 것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약간 달리 생각하겠지만, 그 표현의 본질은 진솔한 감각의 세계를 극대화한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발가벗은 여인의 사진을 놓고 그것이 사진 예술로 보느냐 아니면 포로노로 보느냐는 것은 시각차이 일 수 있습니다. 보는 관점은 다를지라도, 그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는 그것을 예술로 생각하고 있으며, 소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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