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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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머금은 박재삼의 시비 '천년의 바람'이 남해바다를 내려보며 세워져 있었다. 박재삼 시인은 일본에서 태어났는데 삼천포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삼천포의 후배 문인들이 이 곳에 시비를 세운 것이었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천년의 바람
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 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한려수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일품이다. 지역 봉사단체와 재일교포들이 만들었다는 전망대에 서니, 남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와 다른 즐거움을 준다. 관광 안내도에는 박재삼 생가가 있었는데 찾아보다가 실패하고 대신 스텐레스에 쓴 새로운 시비를 만나 한번 읊조리면서 그의 시를 음미해 보았다. 그는 1933년 일본에서 태어나 1936년 삼천포로 귀국하여 유년시절을 보냈다. 현대문학에 서정주의 추천으로 시 ‘정적’을 발표하여 등단하였고, 1962년 결혼을 했고 첫 시집 ‘춘향의 마음’을 발표하였다. 그 후 그는 출판사, 바둑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제7회 노산문학상과 제10회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다. 1995년 백일장 심사도중 신부전증으로 쓰러졌고 시집 15집‘다시 그리움으로’를 출판했다. 그는 육십의 나이를 갓 넘겨 세상을 떠났지만 그를 아끼는 숱한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고 있다. 그의 문학혼을 받들기 위하여 박재삼 기념사업회가 결성되어 백일장, 문학관 건립, 문학상운영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문학혼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원을 내려오면서 안내도를 보니 박재삼거리가 있었다. !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시민들에게 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리라 생각한다. 공원에서 시비를 만나고 시비를 통해서 시를 읽을 수 있는 것 얼마나 멋있는 것인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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